아침 9시 반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가 가는 걸 은근히 반대하던 김키티군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고
또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어차피 공부도 안 될 거 잠깐 다녀오자 하고 갔어요

간단히 아침 먹고 11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내리쬐는 햇볕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장과 도로에 가득찬 사람들..

전광판으로 영결식이 중계되고 있었지만
뭔가 음향 크기를 제한한 건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어요

세 시간 정도 한 자리에 서 있었던 거 같은데
운구 행렬이 느릿느릿 서울역을 향해서 이동할 때
좀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지만
갑자기 몸에서 진이 다 빠져 버리는 느낌이더군요

며칠간 잠을 설치고
겨우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나갔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슬픔, 울분에 짓눌리는 기분이라고 해야 될까
암튼 크게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따라가지 못 하고 멈춰 섰어요

김키티군은 그대로 서울역까지 가고 싶어했는데
저 때문에 뒤로 빠지게 돼서 미안했지만..
잠시 길을 틀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3-40분쯤 지난 후에야 골목길을 돌아 돌아 다시 서울역 쪽으로 갔네요

행렬은 여전히 서울역 근처에 머물러 있었어요
YTN에서 흩뿌린 듯한 노란 종이조각들을 밟으면서 계속 걸어가니 
유시민씨가 버스 안에서 흰 종이에 뭔가 적어 내보이고 있었고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고
또 소리내어 부르면 다시 돌아오실 것 같은
그 분의 이름도 끊임없이 들려왔어요

전 어제는 아무런 구호도 따라 외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의 이름도 차마 부를 수 없었고
며칠간 울컥대던 눈물도 흐르지 않았고

그냥 여기저기를 걸으면서 어디로 갈까 방황하다가
1호선과 3호선을 번갈아 갈아 타고
냉면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와서는
그 동안 매일 한 번씩 들렀던 놀이터 분향소에 가서
마지막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뉴스를 보고

밤 늦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외롭고 서럽고 쓸쓸하다고
내 편을 좀 들어달라고 떼를 쓰고
그러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새로운 날이군요

이제 다시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하러 가야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두서 없이 적어놓고 갑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 분의 평온한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