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에 다니던 첫 직장은 일본회사와 합작법인이었지만 국내의 설탕도 만들고 밀가루도 만들고

식용유도 만들던 회사와 연관이 깊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명절이나 무슨 때만 되면 자사의 제품을 선물로 주었다. 설탕, 밀가루, 국수, 식용유......


게다가 명절이면 비슷비슷한 회사에서 비누셋트니 뭐니 이런것들이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선물들이 가격대에 비해 부피와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24kg짜리 비료푸대만한 설탕을 나눠준적도 있었다.


집에 들고가려면 도저히 버스나 지하철에서 설탕푸대를 어깨에 메고 다니기는 그렇고...택시를

타야만 했다.


선물을 옮기려면 선물 가격만큼 택시비를 들여야 하는 상황.....



그것 아니래도 이런저런 잡다한 선물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들고 가는게 심히 쪽팔렸었다.


그래서 그런 선물들은 여직원들에게 나눠주곤 하였다.



그런데, 결혼한 이후에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비누......이런 잡다한 것이 나올때마다 꼬박꼬박

챙겨서 집에 들고 가게되었다.



백화점 상품권, 구두 상품권......이런 것들도 좋았지만 이런저런 생필품들을 가져다주면 마눌이

참 좋아라 하였다.

그러면서 혹여나 설탕이나 식용유등을 돈 주고 사게 되는 상황이 되면 마눌이 참으로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회사 건물에 딸려 있는 공판장에서 사오라고 시켰다.


회사 건물에 있는 공판장에서 그 물건들을 사면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지만.....그래봐야 몇 천원.....


집에 들고 가야하는 수고에 비하면 큰 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걸 사서 들고가면 마눌은 슈퍼마켓보다 훨씬 싸다고 좋아라 하였다. 



몇 푼 되지도 않는 설탕푸대를 버스를 타고 들고 가는 것, 회사 공판장에서 식용유 꾸러미를 사서 들고
꾸역꾸역 들고 가는것.....


그냥 이런저런것 들고 가면 마눌이 좋아하고 마눌한테 칭찬받은 재미로 그랬던것 같다.

그리고 여자들은, 특히 우리 마눌은 이렇게 공으로 얻어지는 것을 참 좋아라 했던 것 같다.



계산기 두들겨보면 별로 남는것도 없고, 수고해 비해 보잘것 없는 짓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남자들은 여자들이 좋아라하니까 안 하던짓도 하게 된다.




엄마앞에서 짝짜꿍~~♬


하던 남자가 커서



마눌앞에서 짝짜꿍~~♬을 할 뿐이다.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사랑하는 여자앞에선 어린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