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수록 생활리듬을 지켜야 한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잠을 자야지 제때 일어날 수 있다.

이럴때일수록 마님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백수인 남편이 마님 출근하는 시간까지 침대에서

디비자고 있다면 뒷통수를 맞을지도 모를일이다.


마님이 기침하시기전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마련해 놓고 마님을 깨운다.

마님께서는 평상시보다 느긋하게 아침을 드신다. 총알택시보다 빠르게 남편이 마님의 직장까지

모셔다 드릴것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일주일에 한번쯤은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오셔서 딸내미 저녁도 챙겨주시고

청소와 빨래도 해주셨다. 아주머니가 오시는 저녁은 마눌과 내가 프리하게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다.


딸내미가 방학하여 외갓집에 갔기 때문에, 게다가 남편이 백수가 되어 집에서 뒹굴기때문에

굳이 아주머니가 오실 이유가 없지만.....그게 그렇지 않다.


나와 동갑내기 아들이 있다는 그 아주머니, 아들내미가 벌이가 없는 듯하다. 우리집과 형집의 일을

도와주시고 반찬값이라도 벌어가시는 그 아주머니께 우리 편의대로 오시라마라 할 일은 아닌듯하다.

어지간하면 그 분께도 고정수입을 확보해 줄 일이다.


아침 9시면 그 분이 오실것이기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어머니 연배의 그 아주머니가 집안 구석구석

닦고 쓸고 하는데 뒹굴고 있기도 무색하다. 어머니 연배의 아주머니와 어머니는 다른 의미이다.

어머니가 닦고 쓸고 한다면야 굳이 불편하게 자리를 비켜줄 필요가 없을 일이다.


집을 나오면서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려고 한다. 꽉찬 저금통의 배를 갈라 동전을

잔뜩 들고나와서 은행에 들른다. 은행에서 동전을 분류하여 딸내미 통장에 입금시켜 준다. 오홋!!

13만원이나 된다. 나온김에 관리비 자동이체 신청도 하고, 동사무소에서 이런저런 증명서도 발급받아 둔다.


앞으로 세 시간......어디선가 시간을 떼우려고 한다. 우선은 피씨방에 들렀다. 이 시간에 피씨방에

퍼질러 있는 백수, 학생......참 많다. 나만 노는게 아니었구나 ㅠ.ㅠ


피씨방에서 시간을 떼우다 서점도 들르고, 만만한 누군가에게 연락하여 점심도 떼우겠지.......





백수생활 이틀째......



세상의 흐름에서 나만 따로 겉도는 느낌이다. 생소한 일탈......됴으면서도 됴티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