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을 하고, 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쓴다.

때론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때론 거절당하기도 한다.

거절당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할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그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을 꽁꽁 숨긴채 이리저리 재본다.

아무래도 별로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내 마음의 한 조각을 내보이지도 못한채,

그냥 그렇게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넘어간다.

아니, 실상은 괜히 들이댔다가 까이면 나만 바보되고, 나만 꼬라지 우스꽝스럽게 되고,

내 맘이 다칠까봐 혼자 생각으로 접고 만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라 상당히 자기본위적이다.


비단 애틋한 감정이 오고가는 관계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단순한 친구관계, 아는 사람 관계, 할 일 없을때 술 한잔 하고싶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휴일날 빈둥대다가 네이트온을 보니 로그인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녁을 혼자 먹기도 싫고, 왠지 맥주 한 잔 생각나는 밤이다.

보아하니 저 인간도 시간이 널널해보이니 가까운 곳에서 만나서 한 잔 기울이자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머리속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혹여 저 사람이 선뜻 화답해 준다면 다행이지만, 저 사람이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한다면?

괜히 나만 없어보인다.

지난번에도 술 한잔 하자고 먼저 말했다가 거절당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그러고보니 저 사람은 주위에 친구도 많고 항상 바쁘고 약속도 많은 것 같다.

이번에도 거절당할것 같다.


아니, 사실은 거절당하지 않더라도 또 내가 먼저 말걸어서 만나자고 하는게

괜히 내가 꿇려보이고 나만 할 일 없는 인간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그렇다.

거절 그 자체보다 이런 나의 이미지가 그쪽에 어떻게 보일까 염려되고,

매번 내가 먼저 말걸고 내가 만나자고 하는게 자존심 상하게 된다.


당사자는 진짜로 내가 제의를 했을때 다른 약속때문에 바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라고 해서 매번 약속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는것은 아닐게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두번 까임의 기억때문에, 그리고 상처받을 자신의 자존심때문에

널널한 시간과 만나고 싶은 그 사람앞에서 혼자 스스로 마음을 접고 둘둘치킨이나

시켜서 혼자 맥주병을 까게된다.


어쩌면 상대방도 할 일이 없을때 이렇게 먼저 연락해준 나에게 고마워할지도 모르고,

그 사람도 내가 만나고 싶은데 혹여 나한테 거절당할까봐 나와 똑같은 이유로 망설였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저렇게 마음에 걸리는게 많고, 이런저런 핑계로 연락을 미루고...전화기를 잡았다가 내려 놓고......



하루가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세월이 지날수록 무뎌져가고......이제와서 연락하기는 더 그렇고......


이렇게 멀어져간 연인, 친구, 인연이 그 얼마랴???



올해ㅡ 우리는 좀 더 순수하고 단순해져야 한다.


혹여 그 사람이 진실로 다른일때문에 나의 만나자는 제의를 거절하더라도 오랫만에 들어본

내 목소리만으로 한동안 마음이 따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