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는 그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이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말이라는 직접적이고 휘발성을 가진 매개체보다 좀 더 가다듬어져서 표출되고 사람에 따라서는

세세한 점검을 거치고 게시판에 등록되는 글이라는 매개체가 어떤 경우에는 더 충실하게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일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악하고, 선하고의 측면이 아니라...단정하거나 활달하거나 또는 진지하거나 유머가 있거나, 또는

외향적이거나 내면적이거나의 측면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나는 사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렇게 많이 읽는것은 아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다 보면

취사선택이 일어나고 나의 취향에 맞는 글을 쓰는 사람의 글만 읽게 되고, 맞지 않는 사람의 글은

스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스킵하는 글은 더 늘어난다.


지금 베팍의 불펜보다 훨씬 글이 많이 올라오는 엠팍의 불펜을 눈팅하는 시절에도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기억속에 남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글을 많이 쓰고 유명한 사람이었대도 나와는 무관한

문제였다. 문제는 그 사람의 글 쓰는 형태가 내 취향에 맞느냐의 문제였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글은 일단 문장의 호흡이 짧을 것. 분량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이 간결하고 술술 읽히며 입에 착착 달라붙는 글을 선호한다.


한두줄로 쓸 수 있는 말을 장황하게 길게 쓰는 글은 잘 안 읽게 된다. 뭐랄까 지친다고 할까?

뒷줄을 읽다보면 어느새 읽었던 앞줄을 까먹는 느낌이다. 이해력이 떨어지는지 머리속에 들어 와

박히지가 않는다.


금상첨화라면 그냥 의미없는 뻘글일지라도 촌철살인의 유머가 숨어 있는글을 좋아한다.

심각하고 진지한 글은 되도록 피한다. 나는 즐거움을 찾아서 불펜에 오는거지 스트레스 받으러

불펜에 찾아든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글의 제목보다는 누가 쓴 글인지 보면서 글을 읽는 편이다. 물론 항상 그렇게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제목이 자극적이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추천이 달리거나, 뭔가 분란성의

냄새가 나거나 하면 글쓴이와 관계없이 읽게 된다. 


진지함이라곤 전혀 없는 뻘글을 쓰거나, 게시판 용량만 잡아 먹는 쓸데 없는 저격짤이나 올리거나,

일기장에나 쓸법한 글들을 쓰거나 하다가 갑자기 뜨끔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하니 댓글을 달아주는 10여명의 사람들만 내 글을 보는게 아니다. 중복되는 사람 제외하고

가끔씩 눈팅하는 사람, 우연히 들렀다 내 글을 읽게되는 사람......


한번이라도 내 글을 읽어 본 사람은 수천명에 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중 누군가는 나를 실없는 사람으로 보고, 내 글을 재미없어 하고, 내 글을 읽는걸 의미없는

시간낭비로 생각하고 이후로는 스킵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래서 뭐 어쩔거냐구????





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어차피 뻘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