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주 드물지만 나와 동년배임에도 결혼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는 독거들이 있다.

다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내 친구중에 매우 안타까운 녀석이 있다.



그 친구와 나는 첫번째 직장에서 신입사원 동기로 만났었다. 세속적인 기준에서의

학벌이나 직장 그리고 집안......모든게 남부러울게 별로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키가 너무 작았다. 그 당시 신장미달로 군대를 면제 받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신장이라는 158cm에 훨씬 못 미치는 키였다.



문제는 이 쾌활하던 녀석이 여자들 앞에만 가면 주눅이 들고 그랬다. 구구절절한

그 녀석의 사연을 들어보면, 학창시절 미팅이나 다른 여자들 관련 모임 자리에서

키때문에 많은 설움을 당했는지 여자들 앞에서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그 당시 애인도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나는 이 녀석이 안타까워서 지금의 마눌을

압박하고 회사 여직원들을 압박해서 이 녀석에게 여러번 소개팅을 해주려고 애썼다.



많은 경우, 여자쪽에서 키 이야기만 듣고서도 소개팅 자체가 불가능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녀석 스스로 여자를 만나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겠냐는

패배감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지금도 가끔 전화하고, 메신저로 안부인사를 나누는 사이이지만 지금도 여전하다.

여전히 여자와는 인연이 없는 삶을 살며, 혼자 오피스텔에 살며 고양이를 키우는 삶에

길들여져 있다.



이 녀석을 볼때마다 키에 관한한 여자에 비해 남자의 경우 얼마나 치명적인가 깨닫게 된다.

집 앞에 여대가 있는지라 출퇴근길에 수많은 여학생들을 보게 된다. 아주 많은 수의 여학생들이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다.



키가 150cm인 여학생은 160cm가 되고, 160cm인 여학생은 170cm가 되는 일쯤은 우스운게 하이힐의

마술이다. 하이힐이란 아이템이 있기에 여자들의 단신은 그렇게 엄청난 핸디캡은 아니다.

키가 큰 여성들이라고 하이힐을 안 신는것도 아니다.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쭉 뻗으며 각선미가 살아나고, 힙업이 되고, 상체가 곧게 서서 가슴이

도드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옷 맵시가 살아난다고 한다.



여자가 하이힐을 신는것에 대해 어떤 사회적 몰이해나 비난이 있는것도 아니다. 하이힐은 매력 있는

패션아이템이다. 그런데, 그에 비해 남자들이 키높이 깔창이라도 바닥에 깔다가 들통나면 비웃음거리가

된다.



이병헌, 이민우...이런 단신의 스타들이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짤방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성들의 경우 단신은 얼마든지 치유 가능한 감기몸살이라면, 남자들의 단신은 치유가 불가능해 보이는

불치병이다.



그러니까 젤라양을 비롯하여 베팍에서 단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남자들에 비하면 고민도 아니니

위안을 삼기 바란다.




당신들에겐 하이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