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Agora




뮌헨 Marianplatz




시에나 Campo




런던 Trafalgar Square




뉴욕 Union Square





이처럼 서구의 도시에는 광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때로는 통치자나 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민들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도시속 광장은 다양한 도시 활동이 벌어지는 곳이자
시민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의 도시에는 광장보다는 거리가 많았습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현재의 종로, 을지로, 충무로 등
과거 시장이나 번화가가 있던 곳이
바로 시민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시민이 광장에 진출한 것은
1987년 6월 항쟁부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현재도 그렇지만) 자동차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시청앞 광장에 시민은 당당히 진출하여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서구에는 일찍부터 광장문화가 발달한 반면 우리는 그러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와의 문화적, 정서적, 정치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뒤늦게 성숙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20세기 초 일제 치하에서는 프랑스 절대왕정기의 근대주의적 도시계획을 모방한
대로와 로터리 위주의 도시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신촌로터리, 시청앞 광장(약간의 논란은 있습니다만), 신설동 로터리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태적으로는 대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제의 권위주의적 마인드가 묻어났죠.





20세기 중후반, 서울에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일제가 만들어놓은 대로와 로터리에는
사람보다 자동차가 증가하게 됩니다.

과거 사람들로 붐비었던 종로거리는 왕복 8차선의 대로로 바뀌고
그나마 도심 내 공개공간이었던 시청앞 광장, 광화문 앞 등은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의 공간으로 이용됩니다.





그러다가 몇년 전에 시청앞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도심을 보행친화적 환경으로 조성하고자
시청앞에 보행자를 위한 광장을 조성합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상설계 당선작을 무효화하고
관상용 잔디를 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결과가 바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저 커다란 잔디밭입니다.

보수단체의 집회는 허하면서
조금이라도 보수색체에 어긋난 집회는 '잔디보호'를 이유로
불허하고 불법으로 간주하는 일을 그동안 많이 목격했지요.

이쯤 되면 왜 저런 광장을 만들었는지 참 아이러니하고도
속도 좀 보입니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바로 위 사진을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랍시고 만들어놓은 저 공간을
현 정부는 계속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청계천 광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일제가 했던 침략주의적 발상을,
개발주의 정부가 자동차로 도시의 광장을 뒤덮어 버린 발상을,
현 정부는 아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드넓고 큰, 시민을 위한 공간은
닭장차로 2중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 시청앞 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닌
관상용 광장이자 봉쇄 대상의 공간이자
철저하게 권력을 위한 공간일 뿐입니다.





광장이라는 공간은 항상 시민에게 열려 있고 자유로운 접근이 허락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그것은 죽은 광장, 형태만 갖춘 광장에 불과합니다.
광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개공간이 아닙니다.

현재 매우 큰 아픔에 직면해 있는 이들은
덕수궁 대한 문 앞에서 매우 힘들게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공간도 제공받지 못하고
어렵게 어렵게 한 구석으로 몰려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 현실이 참으로 안스럽고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시민의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일 안 하고 그냥 좀 끄적여 봤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