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불현듯 안습의 대학생 새내기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덩치 큰 조카 옷 물려 입었고,
그래서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나?

아무튼,
어렸을 때부터 옷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그냥 주는대로 우걱우걱 입을 수밖에.
힝.

중학교에 올라 갔습니다.
이 동네 사투리대로,
갈롱 좀 부려볼 나이도 됐습니다만,

전 당시 모범생의 한 길을 걷던 때라,
학교-집-학원-집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역시 교복, 트레이닝복, 끝.
당시 연애까지는 아니고 거의 뭐 그런 관계가 딱 한 번 있었는데,
석 달 가까이 한 번도 따로 만나서 데이트를 안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요.
힝.

그러고는 고등학교를 가니,
여기는 기숙사 고등학교,
식당 할머니 빼면 모두가 남자,
게다가 등교시에는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시스템?
모든 걸 편하게 입어야 했지요.

그러고 정신 없이,
대학교를 턱 들어갔으니,
시골촌놈이 어디 옷이나 한 벌 건사한 게 있을까요?
그저 집히는대로 보이는대로 입을 뿐,
게다가 투쟁적인(?) 사회대생이었기에,
그리 옷에 신경 쓰지도 않았지요.

그러다가 덜컥,
여름이 올 무렵,
첫 연애라는 걸 해봅니다.
(아따 서론이 길었다-_-)

겨울에도 뜨거운 뿡키의 손발처럼,
아주 뜨겁게 몸을 불사르며 연애를 했지요.

그러다가 석 달이 될 무렵이었나,
학교 오는 여자친구 마중을 나갔더랍니다.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화알짝 지어보입니다.

여자친구가 오늘따라 냉담하네요?
힝.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목이 늘어진 옷을 입고,
볼품없이 헤벌레 서있어서,
보기 싫었답니다.
아무리 여자친구이고 편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게나 입고 나올 수가 있느냐고,
흙.

그래도 내 냄새나는 자취방에 입을 옷이라곤,
이것뿐인데, 하아.


그러더니 여자친구가,
옷 사줄 테니까 그거 입어!
라길래 굽실굽실, 님 좀 짱!을 외쳤지요.

그러고 나서는 옷이 언제 오나 목 빼놓고 기다리다가,
얼마 안 지나 차였습니다.
흙.


중간에 한 번 물어봤습니다.
선물 받은 옷 예쁘게 차려입고 짜잔! 해보려고,


옷은 언제 줘?

아, 맞다. 사놨는데 깜빡 했다, 다음에 들고 올게.



나중에 차이고 나서도 물어봤습니다.
어떤 옷일까 궁금해서-_-;

분명히 있었는데 없어졌어, 미안.



안 사놓은 게 분명해-_-



아무튼,
그 이후로 전 목 늘어진 옷을 절대로 안 입었답니다,
오늘도 해피엔딩,































라고 하면 제가 생겼겠죠.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