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면 마눌의 생일이 다가온다.


햇살이 따뜻하고 프리지어 향기가 코끝을 찌를때쯤 찾아오는 마눌의 생일을 나는 단 한번도

그냥 보낸적이 없었다.


무슨 대단한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떻게 하면 돈을 안 들이고 이벤트따위 안하고 올해도 넘길까하고 궁리하게 된다.



얼마전의 내 생일엔 마눌이 아침에 미역국 끓여주고 케잌에 촛불 불어 끄게 하더니

아침부터 동대문 시장에 가서 봄맞이 기념으로 화사한 침대 시트 세트를 사왔다.


난 저녁때쯤 시큰둥하게 물었다.

"내 선물 뭐 없냐?"



마눌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침대시트 사왔잖아"


아놔. 침대시트 교체한 것이 내 생일 선물이란다.


마눌이고 딸이고 앞으로 침대에 누울려면 내 허락받고 누워라. 이건 내 침대시트다.


마눌 생일선물로는 잘 풀리는 두루말이 화장지나 잔뜩 사다줄까부다.







각설하고.....






보통 마눌의 생일이 되면 마눌의 직장으로 꽃바구니 선물을 보낸다.

마눌은 쑥쓰럽다고 직장으로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한사코 직장으로 꽃배달을 시킨다.

집에 들어와서 꽃다발을 건네주는 것보다. 여러 사람 많은 직장으로 꽃바구니를 보내는게

효과 짱이다.



거의 대부분 여자들만 근무하는 마눌의 직장에는 이리저리 얽힌 선후배도 많고, 미혼녀들도

참 많다. 그 사람들앞에서 그 날 하루만이라도 한껏 목에 힘주라고 이 일을 꾸미는 것이다.

여자들은 가끔씩 남들앞에서 시선을 한껏 받고 뽐내고 싶은 순간이 있을거라고 여성심리에 정통한

영계는 믿는다.



결혼전에는 하다못해 스왈롭스키 목걸이라도 하나 선물했지만, 이젠 어떡하면 선물을 안 할까

궁리한다기 보다 선물사러 나다니기 귀찮아서 어떻게 하면 말로 때울까 궁리를 한다.



적어도 10여만원 이상가는 모조 보석 목걸이만큼의 효과가 나려면 꽤 강한 멘트를 적은

카드를 동봉해야 한다.


어제 문득 이런 멘트가 떠올랐다.



"앞으로 어떤 복권을 사더라도 단돈 5천원짜리에도 당첨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일생의 행운은 너를 만나던 그 순간 다 써버렸으니까..."







캬~~ 멘트 죽인다. 10만원짜리 목걸이값은 할 것 같다.





아......일생을 잔머리를 굴리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