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가 돌아온다. 풍기가 솔로가 되어 돌아온다.
통 아무개는 커플이 되었다는 통지가 왔고,
노 아무개는 솔로가 되었는지 커플이 되었는지 통소식이 없는데,
우리 풍기는 솔로가 되어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우의사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아무래도 한두 시간 달아야 넘어설 수 있는,
댓글 일순위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손구락이 뻐근했다.
(중략)

"도불갱어!(역자 주=徒不更於 : <커플무리가 될 수 없는>이란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의사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우의사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풍기였으나, 옛날과 같은 풍기는 아니었다.
양쪽 옆구리에 COB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쓸개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우의사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에라이 이놈아!"

우의사의 입술에서 모지게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자판을 든 손이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기 무슨 꼴이고, 이기."

"대장님!"

"이놈아, 이놈아……"

우의사의 들창코가 크게 벌름거리다가 훌쩍 물코를 들이마셨다.
풍기의 두 눈에서는 어느 결에 눈물이 꾀죄죄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의사는 모든 게 풍기의 잘못이기나 한 듯 험한 얼굴로,

"가자, 어서!"

무뚝뚝한 한 마디를 내던지고는 성큼성큼 앞장을 서 가는 것이었다.
진수는 입술에 내려와 묻는 짭짤한 것을 혀끝으로 날름 핥아 버리면서,
절름절름 대장의 뒤를 따랐다.

(중략)

"풍기야!"

"예."

"니 우째다가 그래 됐노?"

"연애하다가 불펜에 염장글써서 이래 안 됐심니꼬. COB 쪼가리에 맞았심더."

"COB 쪼가리에?"

"예."

"음."

"대장님!"

"와?"

"이래 가지고 우째 살까 싶습니더."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

"나 봐라. 여태까정 연애 한 번 안 하고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불쌍한 독거 같아 보여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차라리 대장님같이 연애 한 번 안 해보는 편이 낫겠어예. 몇 번 해서 맛을 아니, 외로워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마법을 부릴 줄만 알면 뭐하노, 연애를 해봐야 난중에라도 뜻대로 되지."

"그러까예?"

(중략)


우의사는 속으로, 이제 솔로된 지 4년밖에 안 된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여자들 잘못 만나서 풍기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똥.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우의사의 등에 업힌 풍기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꺼정 이렇게 솔로가 되다니, 우의사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새끼는 치고 차여버렸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거렸다.

(중략)

눈앞에 우뚝 솟은 커플당, DNA당, 악플러들이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끗.




추신 : 위대한 솔로주의 실험에 대한 오해와 협잡 속에서도,
꿋꿋이 우리의 대장정은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