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며 한겨레신문을 보니,
헤드라인이 <철도 준법파업 '불법 모는 정부'>더군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여러가지 이유중에서 철도노조에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필수유지 근무인원 1만명은 파업에서 제외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금번의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뉴스보도를 보면서,
어디서 얼마나 많은 대체인력을 데려왔기에 그래도 파업중에도 이정도로 기차가 다닐까 궁금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결혼하는 목적중의 하나가 '신혼여행'이었기에... --;

무리해서 신혼여행 목적지를 그 유명한 코발트빛 바다와 푸른 지붕의 교회, 하얀 집들과 황홀한 석양을 볼 수 있는 그리스의 산토리니섬으로 잡았었습니다. (갑자기 왠 자랑질? ^^;;)


싸게 가려고.. --; 인천-홍콩-방콕을 거친 타이항공 비행기는 1박2일만에 우리를 아테네에 내려주었었습니다.

아테네공항에 내린 시간은 그리스 시간으로 오전 7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를 산토리니로 데려다줄 비행기는 오후 12시 45분 출발이었구요.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하룻밤을 보낸 덕에 피곤한 상태였지만,
신혼여행이 주는 아드레날린 분비에 자극받은 우리들은 비행기 타기전까지 남는 시간동안 잠시나마 아테네 도시 구경을 갔다오기로 결정하고 공항과 도심을 연결해주는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때마침 출근시간이어서 그런지 철도는 무척이나 붐비더군요.

그렇게 아테네 도심에 도착했고, 짧은 오전나절 아테네 관광을 하고, 12시 45분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오전 11시가 채 안되어 공항으로 가기 위해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표를 사려고 하는데...
점원이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그때 시간이 분명 오전 11시가 안됐었는데...
공항가는 전철은 오후 4시 30분에 있다고.. --; 12시 45분 비행기를 타려면 택시를 타든 공항가는 다른 방법을 알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

분명 제가 가진 책자에는 공항가는 전철이 15분인가? 20분인가마다 한 대씩 있다고 명확히 써 있었기에... 저는 그 상황에서 그 말이 너무 이해가 안되더군요.

왜 뜬금없이 공항가는 전철이 6시간이나 후에 있다는 얘기인지... --;


저는 제 영어실력이 워낙 미미하기에 잘못 알아들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고, 또 묻고 볓번을 확인을 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동일했습니다.


그렇게 '공항가는 전철이 없으니 표를 못팔겠다'는 역무원과 한참 실갱이를 벌이다가..

'그럼 알았다. 그나마 공항에 제일 가까운 역까지 가는 표를 끊겠다'고 하여 표를 사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습니다.





→ 공항가는 전철이 당분간 없다고 얘기하는 역무원과 그 상황을 이해 못해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일주매


공항까지 가는 전철표는 못팔겠다고 하니... 공항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은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전철표를 구입해서 지하철에 탑승한 다음, 공항철도를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으로 가서, 그 역무원의 말을 무시한채 공항전철을 탈 생각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역무원과 제가 나누었던 대화가 제 미미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벌어진 의사소통의 오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튼.. 그렇게 지하철을 탔는데.. 그 역무원 얘기가 영 찜찜하게 남더군요.

'정말 공항철도가 오후 4시까지는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러다가 비행기 못타는거 아냐?'라는 두려움도 생기구요.



그래서 가져간 론니플래닛 아테네책자를 열심히 뒤져 공항에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역에서 내려 몇번 버스를 타면 되는지 알아내고, 공항철도 환승역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버스가 안오더군요.

책에는 분명 배차간격이 10분이라 적혀 있었는데... 기다린지 20분이 넘어 11시 20분이 넘었는데 버스는 오지 않고..... 비행기시간은 점점 더 촉박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



이건 뭐.. 공항가는 버스는 고사하고 다른 버스도 1대도 오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리스 사람들도 한참동안 버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짜증을 내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그러고 한참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꼬마아이가 정류장으로 다가오더니, 그리스어로 정류장에 사람들에게 뭐라뭐라 하더군요. 그리고는 '중요한 얘기같은데 무슨 얘기지?' 궁금한 표정을 짓던 외국인이 확실해 보이는 우리 모습을 발견하더니 영어로도 얘기해주더군요.

'버스 파업이래요. 기다려도 버스 안와요.'



순간 황당하더군요. --;

서둘러 지하철이라도 타야겠다는 생각에 정류장 바로 옆의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지하철역에 괴물이라도 나타난것처럼 우르르 빠져나오더니 지하철역의 셔터문이 닫히더군요. --;



다시 지나가던 신사분이 당황한 우리들을 보고 얘기해주더군요.

버스와 지하철 동시 파업이라고. --;

그때서야 이해가 가더군요. 지하철역무원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가... --;
(흠.. 그럼 오후 4시 30분쯤 파업이 풀린단 얘긴가? --a)



정신을 차린 우리는 이러다 비행기 놓친다는 생각에 막 달려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운좋게 택시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고, 그렇게 공항으로 향했고, 무사히 늦지 않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아테네에서 택시 잡는건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고 하더군요. 특히 아테네에 생소한 외국인이 택시를 잡는건 아사다마오가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는 것만큼이나 초고난이도미션이라고... --;


그렇게 산토리니에 갔고...

아름다운 풍광속에 펼쳐진 즐거웠던 3박 4일의 산토리니 일정을 마치고, 3일후, 우리는 2박 3일의 아테네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다시 아테네공항으로 돌아왔죠.

그리고 3일전, 아테네공항에 처음 도착했을때 아테네 도심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던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공항전철역으로 향했는데...


셔터문이 닫혀 있더군요. --;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항철도 타러 왔다가 허탕을 쳤는지... 닫힌 셔터문 앞을 지나가던 그리스 노신사분이 우리를 발견하더니 친절히 말씀해주시더군요.

'철도 파업이래요. 택시타고 가야할겁니다'

이런... 아직까지 파업이라니... 그렇다면 아테네는 3박 4일동안 파업이었단 말인가!



덕분에 택시를 탔습니다. 도심까지 일괄 35유로라더군요. --; 둘이 10유로면 전철타고 갈 수 있는걸, 35유로라... 게다가 첫날 첫날 아테네에서 공항 올때는 유료도로 통해 왔슴에도 17유로밖에 안냈는데... (미터기 요금 + 유료도로 통행료였슴다)

이거 버스-전철 다 파업이라 택시밖에 방법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타고 가기는 가는데... 억울한 마음이 들어 기사분께 이거 바가지 아니냐고 조심스레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절대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시더군요. 정당한 요금이라고... 그러면서 그리스는 파업하면 화끈하게 버스고 전철이고 1대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택시 잡기도 힘들다. 당신들은 운이 좋은거다 얘기하면서... 본인도 뭔가 찔리는게 있는지... 아테네 도심까지 가는길, 일부러 볼만한 곳들로 살짝 돌아가면서 택시관광가이드처럼 여기는 뭐고 저기는 뭐고 하며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베풀어 주더군요.

덧붙혀 파업은 오늘 자정으로 끝나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거라는 얘기도...




→ 절대 바가지가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시는 택시기사 아저씨



숙소에서 뉴스를 보니 파업얘기가 나오긴 나오는데, 그리스어라 뭐라는지는 모르겠고...

후에.. 이국의 음식에 지친 우리들에게 그리웠던 한국의 맛을 선사해주었던 무려 10유로짜리 김치찌개(ㅠ.ㅠ)를 파는 아테네 신다그마광장(우리로 치면 시청광장이랄까? --a) 옆 한국식당 주인 아줌마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아테네에서 지하철파업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며...

파업을 하면 지하철과 버스가 꼭 같이 하고(두개가 한회사라던가? 공기업인듯 싶던데), 그래서 파업을 하면 대체인력이고 필수 필요인력이고 뭐고 없이 걍 지하철역은 셧터문을 내려버리고, 버스는 1대도 안다닌다 하더군요. --;



다른 선진국(?)의 철도 파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a

그래도 파업을 하면서도 필수유지 근무인원 1만명은 남겨놓고 파업하는 울나라 철도파업을 보면서... 신혼여행때 겪었던 그리스의 철도(지하철) 파업이 생각나서 한 번 끄적여 봤습니다. ^^;






→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고 있는 아테네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