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후 웃고 있는 하토야마 대표와 오자와 대표대행(AFP=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 총선을 역사적 승리로 장식하며 거대여당이 된 일본의 민주당이 최대 계파 영수로 부상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의 처우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언론은 당 실세인 오자와 대표대행의 '상왕' '2중 권력'을 연일 우려하고 있고, 당 내에서도 오자와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오자와 그룹은 중.참의원을 합해 120∼150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자민당 등 다른 당과 연합할 경우 정권을 일거에 바꿔버릴 수 있는 세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자와가 이런 방식으로 정권을 좌지우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간사장 아니면 대표대행

오자와 대표대행은 내각에 참여하지않고 당을 이끄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 당내에서 선거의 귀재인 오자와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토야먀 대표도 오자와 대표대행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밝혀왔고, 오자와 본인 역시 당을 맡겠다는 의사를 공사석에서 표명해왔다.

민주당이 정권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참의원도 과반 이상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한다. 지금도 참의원에서 1당이기는 하지만 과반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당과 연립을 해야하는 불안한 처지다.

오자와에게 맡길 당직으로는 현재 맡고 있는 대표대행과 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자와의 당내 세력을 볼때 대표대행이든 간사장이든 어떤 자리를 맡아도 실질적으로 당을 지배할 수 있다.

요리우리 신문은 중.참의원에서의 오자와 그룹을 150명으로 추정했다. 산케이신문은 120명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큰 계파다.

◇ 고양이에게 생선을..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을 오자와 대표대행에게 맡길 경우 총리가 될 하토야마의 당내 리더십이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권의 원천인 당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하토야마는 실권없이 무늬만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오자와 대표대행과 거리를 두고 있는 당내 중견.소장파 의원들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이 입각하지 말고 당 간사장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이 완전히 오자와 수중에 떨어졌을 경우 예상되는 권력의 누수와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표결과를 보면서 웃음짓는 오자와 대표대행(AP=연합뉴스)

오자와를 이처럼 경계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993년 8월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탄생한 8개 당파의 비자민 연립정권인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은 1년도 못가 붕괴했다.

이에대해 오카다 간사장은 저서 '정권교대(政權交代)'에서 "호소카와 내각이 단명한 것은 당시 연립정권의 최대 실력자인 오자와씨가 입각하지않았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지적했다. 호소카와 총리와 실세인 오자와가 '이중권력'을 구성하면서 정권이 급속히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 오자와 "대표 지시에 따를 뿐.."

당 안팎에서 오자와에 대한 불안이 분출하고 있지만 본인은 잔뜩 몸을 낮추고 낮은 포복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기자들로부터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인사는 당 대표(하토야마)가 결정한다. 나는 대표의 의사에 따를 뿐이다"

이는 겸손의 표현일수도 있지만, '감히 나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오자와는 일단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때까지는 가급적 몸을 낮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그래도 자신의 세력과 역할에 대한 우려가 들끓는 상황에서 자칫 목을 세웠다가는 십자포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자와가 하토야마 대표가 시키는 일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세월을 낚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은 늘 소용돌이의 중심이었다.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정권을 바꿔버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새로운 정권 창출을 위해 서슴없이 말을 갈아타거나 새로운 당의 깃발을 세우기도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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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비서가 한 기업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게 탄로나서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져서 결국 낙마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