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가다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주로 대낮에 일어나는 일인데, 택시기사가 앞차나 옆차가 여성 운전자인 경우
운전을 그따위로 한다고 꿍얼거리며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굳이 피곤하게 말 섞고싶지 않아서 들어도 못 들은척 한다.

그런데 엊그제는 참 황당한 사람을 보았다.

혼자서 꿍얼거리고 욕을 하는것도 부족했는지, 그 여자분 차 옆에 바짝 차를 대고서
창문을 내리더니 시원하게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라고 그 여자분이 얼마나 황망했을지 짐작이 가지만,
나도 기분이 급 나빠져서 그 택시기사에게 아무한테나 그렇게 욕하고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하곤 택시를 내려버렸다.


여자분들이 남자들보다 운전에 미숙한 경우가 많은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건 남자들이 대체로 여자들보다 바느질을 못한다는 사실과 흡사하다.

바느질을 못하는 남자가 욕을 먹을 이유가 없듯이, 운전이 미숙한 여자가 인격적 모독을 받을
이유또한 당연히 없다. 그 택시기사 보다는 미숙하겠지만, 그 여자분도 당연히 국가가 인정한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충분한 연수를 거친후 거리에 나섰을게다.


사실 이 건을 남성운전자와 여성운전자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폭력적이고 몰상식한 남자 자체의 문제로
보는게 타당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여성운전자 옆에 다른 남자가 있었거나, 그 여성분이 범접할 수 없는 권력과
지위를 가진 여자란걸 그 택시기사가 인지했다면 그렇게 함부로 하진 못했을거다.


그는 그저 자기보다 약자에게 맘놓고 화풀이를 한 비겁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자기앞에 얼쩡거리던 그 차의 운전자가 여성이 아니더라도 자기보다 현격히 체력적으로 열세에
있어 보이는 남자거나, 노인, 장애우였더라도 그가 그와 흡사한 행동을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몰상식한 일은 그 근저를 파헤쳐보면...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기보다는 그 약자를 핍박하고 공격하는 데에서
우월적 쾌감을 느끼는 찌질한 본성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