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로 2012 보고왔습니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거의 만원관객이 들어찼더군요.

마스크 쓴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근데..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니 민감하시면 백스페이스 눌러주세요.

사실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 영화는 스포일러가 있을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재난영화이니 만큼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죽는 경우

그게 누구다 라고 얘기한다면 그건 확실한 스포일러가 되긴 하겠지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구가 망한다. 이제 어쩔거냐?" 이고

그 망하는 과정을 최첨단 기술과 노가다를 총동원해 보여줍니다.

정말 실감날 정도로 말이죠.

스토리? 없습니다.

지구가 망하는 판국에 스토리는 무슨 스토리가 있겠습니까... 다 죽게 생겼는데...

유일하게 한가지 주요 스토리가 있긴 하나 그건 영화를 보시면 아시게 될 것이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토리 보다는

스케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영화라는 것은 이미 알 수 있겠죠.

저 또한 멜로영화를 볼 때는 손수건 한장을, 스릴러를 볼 때는 목장갑을, 그리고

에로틱영화를 볼 때는 돋보기를 지참하며

액션영화를 볼 때는 심장을, SFX영화를 볼 때는 턱을, 코메디 영화를 볼 때는 배꼽을

집에다 두고 가기 때문에

드라마 없음으로 인해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말 그대로 지구가 망하는 꼴을 편안히 소파에 기대 감상하면 그만인 것이죠.

이 영화에 참여한 특수효과 업체만도 디지털도메인, 소니픽쳐스 이미지웍스, 더블 네가티브,

스캔라인VFX 등 헐리우드와 유럽의 대표적인 특수효과 업체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만

ILM의 이름은 안보이네요.

아마도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ILM이 메인으로 참여한 트랜스포머와 경쟁을 하게되겠죠.

여태껏 보아왔던 각종 재난영화들을 하나로 합친것에 플러스 알파~오메가 정도 된다고나 할까요

2시간반이 넘는 긴 상영시간 상당부분을 이 '작살나는 지구'를 보여주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예고편이랑 스틸컷 등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지진, 화산, 해일 등등 '지구를 작살내는 기술'을 다양하게 시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구라는 육면퍼즐의 한 면을 돌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영화를 보느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초반부에 잠이 좀 오는 듯 했으나

이내 이 '장엄한 파괴'가 시작되면서 폭발하는 사운드와 화려한 영상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됩니다.

다만 못마땅한 점은

스토리라인의 부실함 보다는 오히려

이런 재난영화에 언제나 등장하는,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알러뷰 쏘머치'를 읊어대며 아까운 시간을 까먹는 사람들이겠죠.

아마도 미국인들은 특히나 그런걸 좋아하나 봅니다.

물론 영화적 상황이니 이해는 합니다만...


또 한가지는 위에서 말한 유일하게 있다시피 하다는 그 주요사항에 관한 내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보시면 마음에 안드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길게 쓰긴 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예고편을 보면서

'우와 저렇게 박살나는 장면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면 신나겠다' 라고 생각되신다면

추천합니다.

다만 때려부수는 것은 마찬가지일지 모르나

다이하드 같은 액션에서 때려부수는 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이

속이 후련해짐을 느끼겠지만

이 영화에서와 같이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지구가 작살날 정도로 때려부수는 것은

그다지 속이 후련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죽을 놈은 어떻게 해도 죽고

살 놈은 어떻게 해도 산다는 것만

느낄 뿐이지요.

ps.

그리고 본인이 특별히 머리가 크다고 생각된다면

알아서 미리미리 불량한 자세로 드러눕다시피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영화 시작 후 입장하는 양반들은 굳이 90도가 아니더라도

좀 겸손한 자세로 들어왔으면 싶고,

앉은 사람도 왠만하면 등짝은 등받이에 붙이고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님 앞자리를 예매를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