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음주면 정모군요.


문득 작년 1월 10일에 신촌에서 했던 정모가 생각납니다.

거의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그때까지 궁금했지만 얼굴을 뵙지 못했던

많은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많은 즐거운 대화가 있었고,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요?


솔직히 말해서 작년만큼의 성황은 어려우리라는 예상입니다.



인간이 한없이 약하고 헛점많은 존재인지라, 서로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서로가 좋아서 자주 만난다는게 오히려 다정(多情)이 병인양하여......

주고자 하지 않았으나 상처를 주고, 받지 않아도 좋을 아픔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날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왠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상대를 마주칠까 두려운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정모에 가고 싶지만, 그런저런 이유로 꺼려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더군요.


저 역시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본의 아니게 불편해진

사람도 있고, 역시 저를 만나면 불편할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살다보니 발생한...그리고 제 인격이 그리 원만하지 못해 발생한

피치못할 불상사요, 이곳에서만 그런것도 아니고, 사회생활 면면에서 만날 수 있는

삶의 편린입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와 불편한 분들도 그곳에 오셔서 불편한 인사를 나누고 시간이 좀 지나

어색하지만 술 한잔 같이 기울이다 보면 앙금도 풀리리라 생각합니다.


게시판에서 글로 빚어진 충돌은 대면을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사실 아무일도

아닌 오해였을 뿐입니다. 우리의 표현력이 부족하고, 게시판이라는 매체가

감정을 곡해해서 전달할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서 그랬을 뿐...우리의 진심은

그것이 아니었듯이......


매년 한 번하는 정모는 이를테면 정당의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뽑은 우리의 대표를 만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리의 단합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력하지만, 원하는만큼 유저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요즘들어

글의 수도, 조회수도 줄어들어 베팍의 쇠락을 걱정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그냥 뭔가 사이트가 폭발할

계기가 없었을 뿐이며, 지금껏 그래왔듯이 매너를 지키며 사이트의 퀄리티를 지키다

보면 사이트가 더 활발해질 때가 올것입니다.


솔직히 저 자신 아직까지도 어느정도의 규모가 질과 양을 함께 잡을수 있는 접점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베팍은 좀 특별한 사이트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모인 사람들이 촛불집회로 발화된 오프라인 모임의 영향을 받았고,

운영자의 횡포에 반발하여 자발적으로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기존 온라인의 유저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활발하게 하는......스포츠를 매개로 했지만, 어쩌면 인간관계가 중심이

된 사이트....


어쨌거나 주인이 따로 없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의 사이트임은 분명합니다.

주인이 따로 없다는 것은 우리모두가 주인이라는 뜻이겠지요.



정모를 통해서 주인들의 단합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모에 오십시오.



정모에 오시면 만나고 싶은 그 얼굴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