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언제나 깨부시고 속 시원한 것만 찾는 편이라 보지 않았던 작품들인데 최근에 연달아 보았네요.

먼저 "화려한 휴가"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노할 수도 없을 만큼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하는 평범한 사람들.

그저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것만 같은 사람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한을 품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겠더군요.

역사적 사건처럼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

아직도 한을 풀기보단 두려움을 갖고 살아야하는 남은 자들의 삶이 있기에 분노보다 부끄러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30년...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인지?......


"오래된 정원"

군부독재시절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사람과 그의 사랑과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주의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있어야 하는 삶.

보는 내내 자신의 신념과 가족과 같은 현실 중에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저는 가족도 아닌 저 자신만을 위한 편함을 찾는 비겁자이지만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셔버리는 국가의 폭력..

거기에 당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참 씁쓸했습니다.


화려한 휴가와 오래된 정원, 용산학살과 국가보안법, 그리고 사이버 모독죄 등...

그때보다 교묘해지고 세련되었지만 그때와 똑같은 폭력을 우린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 부끄럽게도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있죠.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답은 없지만 고민을 해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영화들이었던 것같습니다.


뭐 그냥 그렇다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