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생활을 해 본 남자라면 다 알겠지만......'긴밤'이란게 있다.


대부분의 군발이들은(장교, 카투사, 기타 부르조와 군발이 제외) 그의 군 복무기간동안

하룻밤을 통째로 편한 잠에 빠지지 못한다. 매일매일 시간이 바뀌는 근무표에 따라

불침번에 의해 잠이 깨워져서 차가운 새벽바람을 가르며 초소에 나가 우두커니 시간을 떼우다 와야한다.


취침시간은 보통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군발이의 수면시간은 근무시간과

이동시간을 빼면 길어야 5~6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간혹가다가 휴가를 받듯이 근무조에서 빠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아무 걱정없이

밤 10시부터 아침 기상나팔이 울릴때까지 한번도 깨워지지 않고, 길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이런 밤을 세칭 '긴밤'이라 한다.



난 군대를 제대하면서 평생 누군가에게 강제로 깨워지지않는 긴밤을 잘거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희망도 얼마 가지 못하고.......난 결혼한 이후로 거의 '긴 밤'을 잔 적이 없다.



피곤해서 좀 일찍 침대에 누웠다보다.

예민한 나이기에 뭔가 잠자리가 어수선하고 뒤숭숭 하다는걸 느끼고 잠을 깨게 된다.


거실에 나와보니 역시나 오늘도 마눌이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거실의 형광등은 훤히 켜져있고, TV는 때로는 지지직 거리며.....때로는 케이블의 묵히고 삭은 오래된
드라마를 토해내고 있다.


곤히 자는 마눌을 살며서 흔들어 방에 들어가 자라고 한다.(옛날엔 마눌을 번쩍 안아서 침대까지 운반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마눌은 몸무게가 뿔고, 나는 기운이 떨어져서 감히 시도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마눌이 너무 깊이 잠든것 같아 그 자리에서 담요를 슬며시 덮어주고,

훤히 켜진 형광등과 TV를 끄고, 탁자에 어지럽혀진 맥주캔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다시 든다.



곤히 자다 깨어서 그런지 쉽사리 잠자리에 다시 들지 못하여 때로는 이 새벽을 방황하기도 한다.

맥주를 한 잔 하기도 하고, 베팍의 새벽반을 눈팅하기도 한다.



나의 아침은 핸드폰 알람소리로 시작한다.

마눌보다 직장이 훨씬 가까워서 그리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지만, 아침 6시 30분이면 어김 없이

마눌의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문제는...당사자인 마눌은 아무리 알람이 울어제껴도 듣지도 못하고 쿨쿨 잔다는 것이다. 마눌이 일어나

핸드폰 알람을 끄기를 바라던 나는 참지못하고 내가 핸드폰 알람을 눌러 끈 후, 마눌을 잠에서 깨운다.


그렇다. 핸드폰 알람은 마눌이 일어나기 위해서 설정한게 아니라. 나를 깨우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나는 마눌을 깨운후.....멍한 머리로 다시 아침 단잠을 청해 본다.





이 짓이 10년이 넘었다.




아.....나도 긴 밤을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