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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에서 2월 19일자로 이런 통계를 발표했네요.
소위 말해서 XX과 나온 사람이 XX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군요.

쉽게, 표면적으로 생각하자면
아~ 어떤 어떤 전공들은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는 경우가 많고
어떤 어떤 전공들은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기가 힘들구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실제로 의약학, 예체, 교육 분야가 전공을 가장 잘 살리는 편이고
어문학, 인문학이 가장 전공살리기 힘든 분야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근데 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취업에 관한 통계가 해당 전공 또는 학과에 대한
평가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좀 문제를 제기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새는 것 같지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1. 대학의 기능은 취업을 위한 것인가?

2. 전공과 같은 분야에 취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전 통계전문가가 아닙니다만
통계라는 것은 우선 숫자와 수학을 전제로 하지만
그 숫자를 둘러싼 가치판단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수많은 선입견이 존재하고 수치해석의 결과를 둘러싼
엄청나게 다양한 이견이 존재합니다.

즉, 통계는 숫자 자체이지만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권력과 사회구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한 가치판단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위 통계를 보면서 우리는, 본의가 아니든 본의이든 간에
의약학, 예체, 교육 분야는 소위 잘 팔리고
어문, 인문학 분야는 취업시장에서 찬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좀 높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대학에서 추구하는 학문, 특히 인문학이라는 분야가 과연 취업을 위한 학문인가 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에 취업률이라는 잣대를 과연 들이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인문학이 취직을 위한 학문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라 학문을 위한 곳입니다.
대학에서 받는 고등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기초소양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어디까지나 대학교육의 일부일 뿐, 대학이 추구하는 것은 학문입니다.

사회학과에서는 사회학을 연구하고 건축학과에서 건축학을 연구합니다.
파워포인트를 잘 만들고 면접시엔 어떻게 잘 해야하며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지 가르치는 것은
대학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대학에서는 특정 기술, 지식, 노하우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것이 취업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사회에서 충분히 이를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이 가진 기능의 일부이지 본연의 기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취업을 대학, 전공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잣대가 좀 아니꼬와서 이렇게 지껄여 봅니다.



두번째로 전공과 같은 분야에 취업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좀 의문스럽습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까요?
바람직함의 문제가 아니라면 또 무엇일까요?

위에 제시된 통계를 보면 어문/인문학 전공자들이
결국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분야의 회사에 취업을 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불분명한 점들이 많습니다.

전공을 살린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인지
어디까지가 전공이고 어디까지가 전공이 아닌지
구체적으로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취업하더라도
실제 업무가 다르면 어떨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네요.

그리고 설령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을 한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전공에 대한 평가를 과연 내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사회가 복합화되고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하며
학문간, 분야간 융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이라는 것은 두부자르듯 다른 전공과 다르고 구분된 것이라는
천편일률적 잣대로 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제가 한동안 건설회사에 몸담아서 건설회사의 예를 듭니다만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 입사해서 잘나가는 사람도 있고
정치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 입사해서 잘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PD가 되기 위해서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어문학을 할 수도 있고 심지어 공학을 전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요.

다만, 의약학 분야나 일반 공학 같은 경우는 어쩌면 전공의 특수성이 너무 뚜렷해서
매우 고급단계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학문간 교차나 융복합이 힘들 수도 있고
해당 학과 출신이 다른 분야에 가기가 너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각 분야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른데
이것을 한가지 잣대로만 평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네요.





암튼 주말에 좀 휠 받아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고 쥐가 들끓다보니
학생들은 취업하기 어려워하고 대학들은 취업률이라는
지표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네요.
대학이라는 곳의 기능과 학문이라는 것의 엄연한 역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취업 못한 인문대, 지방대 학생에게 기술교육을 시키라는 분의 발언은
(관련기사 http://media.daum.net/society/labor/view.html?cateid=100001&newsid=20091224142808931&p=newsis)
어쩌면 학문과 대학이 존중받지 못하고 대학과 학생을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너무나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어쩌면 옳을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의 본연의 기능을 논하고 학문의 의미를 논하기엔
당장 먹고살일이 급한데 사치처럼 느껴지고 지극히 한량스런 생각일지 모르겠지요.



그리고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자책하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만큼 그게 부끄럽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인가도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래도 안타까운건 안타깝네요.



그냥 길게 썰좀 풀어봣습니다.

다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