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한 친구넘중에 주식투자를 꽤 잘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장기나 초단기매매를 하는 녀석은 아니고.. 보통 열흘에서 2주정도 텀으로 매매를 하는 녀석이었는데...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개의치 않고 꽤나 안정적인 수익율을 찍어주던 친구였죠.

전공이 경영이다보니.. 주변에 증권회사를 비롯한 금융권으로 간 친구, 선배들이 엄청 많고.. 덕분에 주식투자하는 주변인들 엄청 많은데... 제 친구들 중에서 그녀석만이 유일하게 '주식해서 돈 벌었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였죠.




그러던 99년 여름...

그녀석과 저는 일본 여행계획을 세웁니다. 일본에서 방학시즌에만 발행하는 청춘18티켓이라는 JR 티켓을 구매하여 최소 비용 일본 관광을 목표로 하고...


최소비용 여행이기에 당연히 배타고 일본에 가는 일정이었고...

그렇게 13박 14일간 후꾸오까-오사까-동경-후꾸오까의 일정을 소화해냈죠.

한국에서 일본가는 교통비 포함하여 1인당 70만원 정도 쓴 듯... --a



당시 환율은 IMF가 터진 이후긴 했지만 나름 안정세를 찾은 시기라...

엔화를 바꿀때 100엔당 1000원 약간 못미치는 돈을 주고 바꿔간 걸로 기억합니다.

(그 환율로 바꿔갔기에.. 70만원 13박 14일이 가능했을 수도... --a)



그렇게 한창 일본여행을 하고 있을 때쯤...

안부차 걸었던 집으로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그녀석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야.. 대우가 망했데...'

그 말을 저에게 전하며 어이없는듯 허탈에게 웃던 그녀석이 표정이 떠오르네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70만원으로 13박 14일 '일본여행'을 했으니.. 저희들이 얼마나 아껴가며 고생하며 배낭여행을 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잠은 하루 1800엔짜리 퀴퀴한 냄새가 풀풀 나는 이름만 '호텔'인 곳에서 자고...

요시노야에서 450엔짜리 규동을 먹으며.. 200엔의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어지간한 거리는 전부 걸어다니는...



그짓거리 하면서 그 친구가 한마디 내뱉더군요.

'젠장.. 내가 방금 한국에서 날린 돈이 얼만데.. 고작 200엔 아끼려고... ㅠ.ㅠ'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우리들은 후꾸오까에서 다시 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죠.

그리고 부산항의 환전소에서 쓰고 남은 엔화를 원화로 환전했습니다.



2주전에 100엔당 1,000원 주고 산 엔화였는데.. 팔려고 하니 100엔에 1,100원을 주더군요.

단 2주가 지났을 뿐인데... --;
(매매기준율로는 단숨에 150원~200원이상 폭락한 듯... --;)



친구녀석은 당장 신문을 사들고 주식시세를 살펴보더군요.

신문을 보고 대충 따져보더니... 1/4토막쯤 남았다고... --;;;


단 2주 사이에...




그 이후... 다시 꾸준한 수익율 올리는 그 친구 특유의 투자를 시작하여...

99년 여름.. 단 2주 사이에 날린 원금회복하는데.. 딱 3년이 걸렸다 하더군요.




희귀케이스이긴 하지만...

정말 주식으로 날릴 수 있는건 한순간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