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전중의 영원한 떡밥은 지금도 유효하겠지만.. 이렇게 역사의 유쾌한? 가정은 이미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살면서 <로마사>를 쓴 로마의 역사학자 티투스 리비우스가 그리스인이 남긴 사료를 토대로 에피소드를 소개한게 있습니다. 2차 포에니전쟁 자마 전투 직전에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회담을 가지면서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장수가 알렉산더라며 언급했다고 에피를 전합니다.

그 정도로 당시에 알렉산더의 위명은 떨치고 있었으니.. 당시 로마도 B.C. 390년 켈트족 침입의 충격으로 부터 벗어나 이탈리아 중남부에서 세력을 확립한 시기(B.C.340~326)였고.. 마케도니아의 풍운아 알렉산더도 동방에서 패권을 일으킨 시기(B.C.334~323)로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중국은 전국시대의 중반으로 치닫으면서 소진의 합종과 장의의 연횡이 횡행하던 풍운의 시대였고요.

암튼, 이렇게 로마와 알렉산더의 패권이 시기적으로 일치하는데.. 왜 로마군과 알렉산더는 붙지 않았을까.. 물론, 알렉산더에게는 동쪽으로 진격해야 할 필연성이 분명히 있었죠. 페르시아 전쟁을 통해서 그리스의 영원한 숙적 페르시아를 쳐부수며 동쪽으로 진격할 단순하지만 필연성.. 이런 그의 뛰어난 용병술과 열정의 동방원정을 서방으로 눈을 돌려 지중해 세계로 진출하려는 로마군과 붙었다면 누가 이겼을까..

여기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는 '알렉산드로스가 상대였다 해도, 최종적으로 로마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팔은 역시 안으로 굽나요..ㅋ 더군다나 그는 조국 로마가 융성한 시기에 살았던 탓에 찬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으니.. 그 승리를 점친 이유를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참고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했습니다.

첫째, 알렉산더의 군대에는 지휘관이 대왕 한 사람뿐이었던 반면, 같은 시기의 로마군에는 적어도 11명의 뛰어난 지휘관이 있었으니 로마에는 지휘관 자리가 비어도 대신할 사람이 항상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공화정 집정관 체제에 원로원 지휘와 지원으로 독재관을 둘 수 있었으니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둘째, 로마군의 엄정한 규율은 알렉산더 군대의 규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400년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로마군 병사들의 사기와 10여 년 만에 양성된 마케도니아군 병사들의 사기는 전통적으로 보아도 비교가 되지 않는 점입니다. 즉, 지휘관이 사기를 북돋을 수 있지만 병사 개개인의 가슴 속에 축적된 자신감이야말로 사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셋째, 알렉산더 개인의 전략과 전술적 재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로마군은 다리우스 왕의 병사들이나 인도 병사들과는 다릅니다. 로마인은 페르시아인이나 인도인처럼 사치에 익숙치 않아서 실질 강건을 당연하게 여겼던 로마 남자들과 싸웠다면, 아무리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 해도 유약한 민족과 싸울때처럼 연전연승을 거듭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넷째, 로마와 알렉산더의 전쟁은 조직과 개인의 대결이고, 그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났다 해도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조직에 최종적인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으리라는 점입니다. 이런 네번째 이유에 대해 리비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전사 개개인은 각자의 운명에 따라 살거나 죽는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한 전사의 죽음이 당장 국각적인 손실과 결부되지는 않는다."

다섯째,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군과 로마군의 보병군단이 각각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으로.. 마케도니아의 중무장 보병군단은 한 덩어리가 된 공격에 강하고 방어에도 유리하지만, 중대의 연합체인 로마의 중무장 보병군단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전술 전환에 즉각 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적지에서 싸우는 알렉산더에 비해서 자국 영토 안에서 싸울 수 있는 로마군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로마는 '로마 연합'에 가입한 식민지와 동맹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로마와 긴밀한 관계로 맺어져 있어서, 아무리 알렉산더 대왕이라 해도 이 촘촘한 그물을 간단히 돌파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리비우스가 마지막으로 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전투에 패하는 것이 곧 전쟁에 패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로마군의 전통은 전투의 패배가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상이 로마인이 든 로마의 이점입니다. 하지만, 정말 로마와 알렉산더가 싸웠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神만이 안다고 해도.. 역사는 알렉산더를 젊은 나이 33세의 저 서쪽의 바빌로니아에서 열병에 걸려 객사하게 만들었죠.

만약 로마로 쳐들어와 기후가 온난한 이탈리아 반도에서 지냈다면 알렉산더가 장수를 누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래사는 길을 택한 대신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에.. 역사는 그를 더 위대하게 평가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시기에 이때 로마는 중남부의 산악지대를 지배하고 있던 삼니움족과 싸우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이렇게 로마 공화정 역사에서 B.C.390년 켈트족의 대침입으로 인한 충격과 산악 민족 삼니움족과의 수십년에 걸친 전투.. 그리고, 타렌툼 전쟁에서 병법의 천재 피로스에게 수차례 고전하고.. 60여년이 흘러 한니발과 2차 포에니 전쟁 칸나에 전투에서 대패한 경험을 든다면.. 초중반에 로마는 고전을 면치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직의 힘이 중반이후로 발휘되면서 결국 적을 제압하는 선례들을 본다면.. 알렉산더도 처음에는 로마군을 제압하는 분위기에서 조직적인 로마군에 지쳐 물러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정말 로마를 점령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참 재밌는 상상이 아닐 수 없는데.. 어떻게들 보시는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