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에 또 야구팬이랍시고

임선수 병실에 드나들던 적이 있었습니다.

명절때 추석이나 설 때 고향에서 급히 올라와서

자제분들 드릴 선물 가지고 병실 방문하곤 했죠. 특히 설에는 조만간 새학기가 다가오니 가방 추석때는 신발 같은;;;;;;;

어른들 물건보다 어린이들 쓸 물건이 훨씬 비싸다는걸 새삼 알게 되었고

반겨주시는 미인 사모님

언제나 말이 없는 임선수

그리고 항상 간병 하시느라 옆을 지키고 계시던 마산출신 아주머니.


그런데 어느날 설 저는 여느 명절때처럼 임선수가 있는 강동 성심 병원을 찾았는데

임선수도 사모님도 마산 아주머님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얼마후 신문을 보니 사정이 어려워져서

집근처 비닐하우스에 병실을 차리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간호사분이 나오신다고 하더군요.

그게 끝이었습니다 임선수 문병은........


전 한화팬인데 그 때 진정필 코치님도 백혈병으로 투병하시고 계셨었죠

중환자실에 정말 오래 고통스럽게 계셨는데 가서 뵈니 당신도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시고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데도 임선수가 일어나셨으면 좋겠다고 걱정하시던게 눈에 선하고

임수혁 선수 사모님이 지인들 도움으로 자본금을 마련해 옷가게를 여신다고 하셨을 때

고 진코치님 사모님이 옷가게 노하우 없는 사람이 처음 시작하기 아주 어렵다면서 어떻게 연락이 닿으면 임선수 사모님 돕고 싶다고 하던게 기억나네요.


진정필 코치님 돌아가셨을 때 정말 슬퍼했는데 당시 장례식장에서 사모님이 빙그레 투수코치로 한 때 계셨던 고 김명성 감독님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고인께서 정말 아버지처럼 생각하셨던 분이라고. 공고룝게도 고 김감독님은 임선수의 스승이기도 하셨네요.


이제는 오래 되어버린 과거 기억의 편린들이 한꺼번에 다가와서 슬픔을 주체 못하겠는데

또 저를 슬프게 하는건 지금 장례식장에 갈 수 없는 제 형편, 번듯한 정장 한벌도 부조금낼 돈 몇푼도 없습니다.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 문제로 지금 여기저기저 발품 팔면서 구걸하다시피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제 형편이 참;;;;;;;; 뭐 가난하면 이웃과 친구의 경사도 축하할 그리고 이웃의 슬픔을 슬퍼할 자격도 없는거겠지만. 어릴때는 그냥 저냥 어두운 옷으로 가면 되었지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 정장 한벌 없이 어디가기도 참........


이제 고백합니다 전 아주 나쁜 놈입니다 병원갈 때마다 너무도 고생하는 가족들 보면서 가족들이라도 살아야지 하면서 차라리 임선수가 일찍 세상을 뜨는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 속으로 수도 없이 했습니다. 정말 저 나쁜 놈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임선수가 세상을 뜬 지금 슬픔에 겨워 복 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네요.

임선수 편히 하늘에서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가족분들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족분들도 이제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