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같은 피말리는 경쟁과 착취구조가 재생산되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희소성scarcity 때문이지요. 희소한 자원과 재화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와 같은 소위 경제문제도 바로 이 희소성때문에 발생한다고 할수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희소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문제가 대안적 사회를 이야기할때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만 소위 진보진영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더군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희소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하는 고민들..

통상 진보론자들은 지금의 자본주의 생산력만으로도 잘 분배하면 부족함이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희석 혹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군요.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 정치적 변혁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해결되면 다른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사실 이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기존의 사회주의국가들이 이미 실험해 보았던 것처럼 단순히 정치제도나 권력의 이동과 같은 문제만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음을 구사회주의 국가들이 보여주었다고 할수있기 때문이지요. 그 체제의 문제점은 단순히 스탈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로 경도되었다는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생산해내는 생산력이 경제문제가 야기하는 희소성의 문제를 해결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은 흔히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 희소성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근 저는 인터넷에서 한 동영상을 봤습니다. zeitgeist 라는 제목으로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볼수있는데요.




이게 1부이고...





이게 2부입니다. 영어로 되어있습니다만 어둠의경로로 zeistgeist 혹은 시대정신으로 찾아보시면 자막도 받아보실수있을 겁니다. 총체적인 사회변혁과 관련된 제반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다 보시려면 시간이 좀 오래 거립니다만 한번 볼만한 가치는 있으실 겁니다. 제가 첨 이 영상을 봤을때 깜딱 놀랐던게 평소에 제가 가지고있던 여러 생각들과 일치하는 지점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 나오는 기독교의 문제랄지 911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미국의 경제를 배후에서 조정하는 금융권력과 관련된 그동안 소위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내용과 관련된 입장도 평소의 제 생각과 거의 같은 것이었고 특히 흥미로운 것은 2부에서 경제문제를 다룬 파트에서 희소성문제를 언급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착취문제의 원인으로 희소성을 언급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희소성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학적이면서 (사회)공학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들은 운동의 목표를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The mission of the movement is the application of the scientific method for social change,” 즉 사회변화를 위한 과학적 방법의 적용 혹은 응용이 그들의 과제로 제시하는 것이지요. 이들이 제시하는 공학적 방법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에너지관련 내용입니다. 오늘날 전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통제하는 자본가들 중에는 금융자본도 있지만 석유에너지와 같은 화석연료를 장악하고있는 자본가들도 중요한 세력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게다가 자원의 희소성이나 생산력문제와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자본이 바로 이 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입니다.  과거 영국에서의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오늘날과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했던 그 에너지의 원천도 결국은 석유라고 할수있기 때문입니다. 금세기 초 포디즘에 의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제품이 파로 자동차였다는 것도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할수는 없지요.

20세기 석유의 활용성을 발견하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에너지 문제가 경제의 희소성문제를 해결할 열쇠라는 대답을 주고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적 사회을 위한 생산력의 기반역시 에너지문제를 어떻게서든 해결/해소하지 않고는 그 대답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zeitgeist운동의 설립자라고 할수있는 자크 프레스코라는 분은 그 구체적 방법으로 지열에너지를 동영상에서 제시합니다. 지열에너지란 말 그대로 지각 내부의 용암층에서 비롯되는 고열의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잘 개발하면 지금의 석유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공해없이 거의 무한정 공급받을수있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그리고 조력에너지등의 활용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더군요. 지금까지 이런 대체에너지연구나 개발이 저조했던 것은 석유자원을 장악하고있는 자본가들에 의해 기술개발이 봉쇄되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몇년전 gm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여 시판해 놓고 이를 회수해서 전량 파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원인은 다름아닌 로열더치쉘이나  엑슨모빌같은 석유메이저의 로비로 인해서 전기자동차 정책을 캘리포니아주가 폐기토록 했기 때문이었죠. 그밖에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정부도 녹색성장운운하면서 대체에너지연구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있습니다만 이는 일종의 선점전략이라고 볼수있습니다. 석유메이저회사들 스스로가 대체에너지관련 산업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그들도 석유에너지를 통한 이윤의 추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지요. 암울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만약 우리가 이런 대체에너지산업과 관련된 각종 기술들마저 이들 자본가들에세 선점당한다면 앞으로의 사회변혁도 매우 불투명해 질지 모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물론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변혁의 정치/사회적 이론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과학적/기술적/공학적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노력을 병행하지 하지 않고 단순히 정치/사회투쟁의 공허한 구호만 외치는 것으로 과연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을까요? 
   
그런점에서 이 zeitgeist movement 그룹이 제시하는 "사회변혁을 위한 과학적 방법의 응용"은 한번쯤 귀기울여 볼만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www.thezeitgeistmovement.com 으로 가셔도 되고 이 운동의 설립자가 추진하는 비너스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는  http://www.thevenusproject.com/index.php  이곳으로 가보시면 되겠습니다.



P.S. 이 그룹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운동을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조차도 정치적 발언이지요. 비정치를 표방한 정치인 셈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정치처럼 모순과 적대 그리고 갈등에 기초한 정치를 거부합니다. 대신 화합과 상생을 기반으로한 인류애에 호소하지요. 그들이 참조하는 이념적 스승이 있다면 칼 맑스도 아니요 레닌도 아닌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입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한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나무나 꽃, 산등성이 같은 어떤 것을 관찰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은 내다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잠자코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산도 아니고 언덕과 골짜기와 강의 아름다움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저 어딘가에 도달하고자, 정신적으로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합니다. 과연 우리는 자연스럽게 잠자코 있을 수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요? 노래에, 또는 누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수 없는 것일까요? 가만히, 아무 저항없이 듣지 못하나요? "나는 바뀌어야 해.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해야 해!"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지를 못하나요? 분명히 이것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여러분은 침묵하기를 체계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방법에 따라 연습한다는 것이, 매일 규칙적으로 어떤 체계나 절차를 따라하면 마침내 여러분의 정신이 조용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이제 아시겠습니까? 온갖 근심걱정을 안고 사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과연 우리가 잠자코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 머릿속에 나불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요? 누가 부추기지도 않았는데 보상도 없는데, 특별한 초감각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데 잠자코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걸어갈 수있을까요?  이성의 수준에서 시작하십시오. 거기서부터 여러분은 매우 멀리 나아갈 수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스승이자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어떤 선생도 구원자도 스승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관찰하고 아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영혼의 스승들> 141~142에서 재인용)


이처럼 크리슈나무르티는 사회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각자가 내면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요구합니다. 스스로가 먼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윤리적으로 '각성'되기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사회 정치적 변화나 어떤 외부적 요인이 자신을 변화시켜주기를 기다리거나 요구하기 이전에 각자가 스스로 이러한 내적 각성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 신지학이라고하는 신비주의단체에서 신비주의적인 방식으로 영적인 고양을 위한  활동하기도했던 크리슈나무르티로서는 이러한 개개인의 내적각성이 사회변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그로서는 자연스러운 결론일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개인의 내적 각성이나 내면적 변화역시 각자가 속한 사회구조속에서 이루어지는 한 사회나 정치구조의 문제를 동시에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그는 과소평가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비판될 수 있습니다. 소위 뉴에이지계열의 사상들이 가진 약점이 바로 이부분이지요. 그러나 한 가지 공감할 수 있는 핵심적 요소는 아무리 사회나 정치제도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근원적으로는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내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는 사상누각이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부실한 시민사회의식때문에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회의 급진적 변혁도 전위만이 급진화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대중들 스스로가 급진화되었을때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은 반은 틀리지만 반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중들이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가 급진화되어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특정한 정치지도자나 리더 혹은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zeitgeist 운동을 주도하는 그룹들의 사상적 배경을 저 개인적으로 이해하자면 이렇게 봅니다. 이와 같은 그들의 비정치 지향성은 여러가지로 비판받을 지점 (특히 사회를 모순이나 갈등의 구조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이 있지만 변화를 위한 개개인의 내적 변화도 무시할수 없는 요소라는 점에서 수긍할만한 점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