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사이인데, 일하면서, 출퇴근하면서 너무 가까워졌어요.
밝은 모습의 매력에 점점 더 마음이 가서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 작년 봄부터 사내연애를 했어요.

하지만 사귀면서 다툼이 잦아지자,
회사도 작은데다, 일도 지장이 있을 듯 해서
몇개월 후 다시 예전처럼 선후배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보는 얼굴, 돌아가기가 쉽지 않더군요. 오히려 정만 더 들고...
남들이 봐도 좋은 성격, 열심히 일하는 자세, 인기많은 매너...
끌리는 점이 참 많았으니까요.

올 봄에 다시 한번 잘 사귀어 보기로 하고,
데이트도 하고, 잘 지내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큰 다툼을 벌였습니다.

둘이 좋을 땐 너무 좋은데,
다투면 둘 다 약간 성급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둘 다 그 부분이 많이 고민됐구요.

(사실 크게 못 보듬아주는 제가 못난 탓이기도 하지만요...)

둘 다 여름에 회사를 옮겼습니다.

근데, 저는 신기하게도, 회사를 옮기니 점점 더 정이 들더군요..
사내연애를 하면서 신경쓰이고 방해되던 요소(?)들이 없어지니 사실 싸울 일도 줄어들고..

회사를 옮겼지만, 각자의 회사도 가까워서 자주 만나기도 했구요.
집도 가까우니,
그녀가 11시,12시까지 일하면, 기다렸다가 같이 택시타고 퇴근하곤 했답니다.

사실, 근데 우리 관계가 남다르긴 했어요.
크게 다툰뒤로, 서로 안 맞나 보다 생각하고 되돌아보기로 했지만,
(결혼까지 생각할 늦은 나이들이라서요)

그렇다고 헤어진것도 아니고, 일상은 늘 연인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전화하고, 문자하고, 주말에 만나고, 일 도와주고, 기다려주고, 여행가고,
친구랑도 함께 보고, 퇴근길에 한잔하고, 영화도 보고, 스킨쉽도 하고...

어느날 새벽 문자가 왔어요.
직장생활이 힘드니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서 듀오에 가입하고 싶다고...

그 다음날 문자를 확인하고, 점심때 그녀를 보러 그녀 회사로 달려갔지요.
그런데 우연히, 정말, 운이 없게도, 기다리던 도중에 전직장 동료를 만나서
그녀 만나는 걸 들켜서 그걸로 다퉜고, 저녁에 화해했지만 마음에 남았나봐요.

한달전,
그녀가 2주 합숙 연수를 들어갔어요.

2주뒤 만나기로 한날, 약속시간 약속장소에 갔더니,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하고 마지막이니
더 어울리고 싶다고, 더 있으면 안되냐고 하길래

그래, 이제부턴 너의 입장에서 차차 넓은 아량을 배풀자.. 다짐하며,
미안하단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양보하고 돌아갔지요.
(이 행동이 너무 후회되네요. 그냥 나오라고 했어야 하는데)

저녁 11시쯤, 술 취했으면 모시고 오려고 전활 했는데..
낌새가 이상하더군요.
연수받던 남자랑 단 둘이서 마시고 있더라구요.

저 바람 맞히고, 남자랑 단 둘이 있는걸 확인하고 화가 너무 났었고,
그녀는 어쩌다 보니까 팀원들 하나 둘 가고 단 둘만 남은거라고 화를 내고...

화를 내는 저를 뒤로하고, 전화를 꺼놓은 그녀,
그날 새벽 2시에 그녀 집에서 무작정 기다리다 만났어요.

누구랑 있었냐고,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았냐고 물어보니,
정말 그렇다고 그러길래 너무 놀랐습니다.

연수중 너무 잘 챙겨줬대요. 사귀어 보고 싶대요.

어떻게 2주만에 이렇게 사람이 바뀔까.. 놀랐지만,

길게 얘기해보니 결혼관도 같고, 내성적인 성격이 맘에 들어서
만나보고 싶답니다.

전 뭐냐고 물었는데, 저는 과거고, 그 남자는 미래.
하지만 저와의 추억도 너무 소중해서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이게 '연수원효과' 라는 것일수도 있고....

그 참담한 심정이란... 너무 화가나서 그동안 아껴서 저장했던
그녀의 문자를 다 지워버렸습니다.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면서, 제 눈을 미안해서 못 보겠다고 말하고,
저는 정말 심정이 비참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안타깝고,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생각해보겠다는 그녀,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니
오히려 점점 멀어짐이 느껴지더군요.

처음에 미안해하고, 제 얼굴도 못쳐다보겠다는 그녀가
회사까지 찾아간 저에게 차갑게, 함부로 대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때가 추석 전이었습니다.

추석에 제가 전했던 추석선물을 되돌려주는걸 계기로,
추석후로 일단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 뒤로 10월초에 함께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연락와서 만났구요...

만난김에 커피숍에서 얘길 했지만,
다른 사람 만난다는 사실에,
제 가슴아픈것, 억울한 것만 호소하느라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더군요.

사실, 그녀를 잡고 싶은 마음에 밤새 잠 못자고, 후회되고 그러다가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에 속상해서 술 안마시는 날이 없는 나날입니다.

이번주 월요일날,
전직장 동료로부터 새로 만난 남자랑 열애에 빠졌다는 얘길 전해들었습니다.

술김에 속상해서 전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내버려뒀는데, 너무 속상하다. 그만 그 사람 만나고 돌아와라... "

그사람  편하답니다.
편할 수 밖에요..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한시간 정도 통화했나요...
3일정도 생각해보겠답니다.

하지만 벌써 3일이 지났지만 아무 연락 없습니다..
월요일부터 4일째 금요일..

월요일날 술마시고 전화했을때,
조곤조곤 얘기는 다 들어주던데,

저에게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서 그런건지 궁금하네요.

정말 마음이 돌아서면 전화도 안 받아줄 것 같은데...

이 시점에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지..
회사 앞에서 야근을 마치고 맥주 3잔 마시고,
넋두리 한번 올려봅니다...

매달려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저는 마지막으로 제 마음을 적은 편지를 보내고 기다릴까 하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옥이 될 것 같어서 두렵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