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녁때 두살 터울의 동생이&nbsp; 길거리에서 파는 엿을 몇 조각 사들고 와서</P>
<P>우물거리면서 옛 추억을 이야기 합니다.</P>
<P>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한달에 한두번&nbsp; 리역거라 부르던 손수레에 "철그덕 철그덕" 가위소리로</P>
<P>설레임에 들뜬 온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으던 엿장수 아저씨!</P>
<P>동네 입구에서 그 반갑고도 오메불망 기다리던 가위소리가 들리면 코흘리게 아이들이</P>
<P>이날을 대비해 준비해 놓았던 고물들을 챙기느라 부산해집니다.</P>
<P>빈 비료푸대,제사때 썼던 소주병, 찢어진 고무신,숯돌에 갈고 갈아도 이제 더 갈 곳이 남아있지 않은</P>
<P>오래된 농기구들을 들고 행여나 내님 가실세라&nbsp; 가위소리 들리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갑니다.<BR><BR>동네어른들 몇 몇은 제법 큰덩어리의 고철로 성냥이나 빨래비누로 바꿔가시고 값 안 나가는 고물을 내밀며</P>
<P>떨리는 마음으로 엿장수 아저씨의 판결을 기다립니다. 물건의 가치는 말 그대로 엿장수 맘대로,</P>
<P>정같이 생긴 엿칼에 가위로 툭 치면 자기 몫의 엿이 배당되는 아쉬움과 환희의 순간이 지나가고...</P>
<P>신문지를 잘라만든 종이에 엿을 싸서 입에 넣을때 그 달콤함이란.. 행여 빨리 녹아 그 달달함이 사라질까봐</P>
<P>조심스레 혀로 살살 핥아먹던. 그 참을수 없는 유혹의 맛!</P>
<P>모아놓은 고물이 없을땐 안절부절 못하며 광이나 헛간 장독대들을 뒤져보다 헛탕을 치는 날이면</P>
<P>뒷일은 생각치도 않고 일탈을 저지릅니다. </P>
<P>가난한 살림에 제사때 쓰려고 두었던 소주병을 따서 소주를 버려버리고.. 아직 반이 남아있는 비료도</P>
<P>변소에 부어버리고, 장에 갈때나 신으려고 아껴두었던 할아버지의 새하얀 고무신도,</P>
<P>농사짓는 집에선 보물과도 같은 쟁기날도 엿장수에게 팔아먹기로합니다.</P>
<P>두근두근 도둑놈의 심정으로 졸지에 &nbsp;장물아비가되버린 엿장수 아저씨에게 내밀다가</P>
<P>엄마한테 걸려서 경을 치는 아이들도 있고, 속을 빤히 안다는 표정으로 </P>
<P>" 아이구 이녀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쟁기날을 들고오면 부모님이 논밭은&nbsp; 어떻게 갈아라구?</P>
<P>내 저기 깔딱고개 넘어가기가 힘이드니&nbsp; 그 고개 넘어 갈때까지 리역거 밀어주면 한조각 나누어주마"</P>
<P>웃음 지으며 껄껄 웃던 엿장수 아저씨의 사람 좋은 모습도 떠오릅니다.</P>
<P>초등학교 2학년 가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죄책감도 짓눌어 옵니다.</P>
<P>돌아가시기 한달전 쯤 엿장수가 동네에 왔는데 고물도 돈도 없고 철도 없었던&nbsp; 손주녀석이</P>
<P>엿사달라고 조르며 마을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늙으신 할머니 빨래를 뺏어서 이 논두렁 저 논두렁으로</P>
<P>내 달리며 땡깡을 부린게 혹여 한달 후 심화가 되어 갑자기 돌아가신게 아닌가 하는 억측에</P>
<P>울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P>
<P>이제는 30년 가까이 지나서 같은 엿을 같은 사람이 입에 넣고 있지만 </P>
<P>엿의 달달함은 그대로인데</P>
<P>깜장 고무신에 온 산과 들을 싸 돌아 다녀서 흙 뭍은 낡은 옷을 입고 있던 코흘리게 소년은 온데간데 없고</P>
<P>세련된 도시남이 된 저에게는 이 엿이 그때만큼 달콤하지도 소중하지도 않아 씁쓸하네요.</P>
<P><BR>&nbs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