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어제 민주당이 사력을 다해 막는 것을 보고 어떻게 마무리가 되든 수고하셨다라는 말씀을 드려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오늘 직권상정 이후의 움직임을 보니 민주당의 한계가 보이네요.

오늘 최문순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민주당 지도부와 논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총사퇴를 말로만 몇 번을 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 대한 반발의 표시인 것이죠.

어제 재투표와 대리투표는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진행한 법안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총력을 다해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아가야할 민주당에게 마음의 틈을 만들어준 거 같습니다. 무효로 판정나면 다시 국회에서 싸워야한다는 변명거리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다시 싸우면 무슨 수가 보일까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이번 4대법안은 한나라당-족벌신문-재벌 체제를 장기적으로 공고히 하기 위한 토대입니다. 이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토록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이것만 통과시킨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들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있어서 지옥같았던 지난 10년은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갈고 닦아온 일격입니다. 국회의원직을 걸고 사수해야하는 절대반지인 것이죠. 이번에 무효로 판결난다고 해도 그들은 그들의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악랄하게 법안 통과를 시도할 겁니다.

대리투표와 재투표로 무효선언이 난다하여도 그것은 단순한 시간 벌기에 불과한 일이라는 것을 직시해야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직시하기보다는 내일 당장 실직자가 되어 거리로 나서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우선인 거 같습니다. 지난 민주정권 10년이 그들에게 더 이상의 야성을 남겨두지 않은 것일도 모르겠네요. 그들에게 지난 어느 세월보다 등따시고 배불렀을 시기였을테니까요...

국회에서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국회 밖에서 어떻게 싸워야하는지도 모르고, 자기들이 한 말조차 담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정당이 해야할 일과 언론이 해야할 일 그리고 시민사회가 해야할 일이 뭔지 구분도 못하고, 어떨때는 시민단체처럼 어떨때는 언론기관처럼 행동하고 있네요.

사람들은 노무현이 진실하고자 몸을 던진 것을 기억하고 그에 반사적 이익을 얻은 민주당이 몸을 사리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MB 시대에 민주당이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음을 가슴 속 깊이 깨우치게 될 겁니다. 한때나마 한나라당을 넘는 지지율로 시민들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죠.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탈출구는 오직 하나뿐이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만으로는 친노신당의 창당을 어려울 것이며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예상을 했었는데 이제는 서서히 때가 무르익어 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