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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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은 진작에 들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글은 좀 늦게 올리게 되네요.
노무현 전대통령 가실때도 DL 때문에 좀 늦게 글을 올렸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노무현 전대통령 가실때보다 마음의 짐은 덜하네요.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날이 선 비판을 할때도 많았지만
김대중 전대통령께는 아쉬움을 토로한 적은 있어도
그래도 나름 그 분을 이해해야한다는 입장이었기때문일까요.
어렸을적에 저희 아버지께서 너는 전라도 여자랑은 절대 결혼 못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저주(?)탓에 지금까지 이모양 이꼴로 독거의 삶을 살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이라는 걸 실감할 수도 없던 어렸을적이었을뿐더러
그게 전라도에 대한 무슨 차별의 감정이 담겨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지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저 발언을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것은 그 발언을 하시던 모습이
평소 아버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생경했기때문이었죠.
중학교때 신문광고 하단에서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의 광고를 처음 봤었던 거 같습니다.
그저 표지에 이끌려서 서점에 가서 책을 사게 되었고
아마도 그건 밥상전쟁의 시작이었던 거 같네요.
사실 그 이전부터 정치인 이름 정도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아버지께서 신문스크랩을 하셨던지라 하루 지나긴 했지만
주요 신문들이 있었고 (이상하게도 한겨레는 한달에 두 세번정도 밖에 없더군요.)
어렸을적부터 저희 집의 TV는 단지 뉴스보는 기계였으니까요.
방송사마다 논조가 다르다며 시간마다 돌려가며 뉴스를 보고 했었죠.
그러다가 만난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는... 그렇게 내 안에서 무의미했던 흐름들이
하나로 모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년에 걸친 밥상전쟁...
머 가끔은 추석이나 설에 친척어른분들께 끼어서 싸우기도;;;
물론 제 편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날 아버지께서는 보다가 화가 나서 나가셨고
저는 혼자 기뻐서 밤새도록 티비를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혼이 났었죠.
다음날에는 내 돈으로 당신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신문을 가서 고이 서랍속에 넣어두고
그 다음달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활짝 웃는 사진이 너무 잘 나온거 같아서 말지를 샀습니다.
말지에 대해서 머 알고 산건 아니고 그냥 좀 진보적이다 정도만 아는 상황에서 표지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어차피 투표권도 없는 상황에서 참 애먼 노력이긴 했지만
어줍잖은 지식으로 왜 김대중 대통령이 되어야하는가 참 열심히 이야기하고 다니긴 했던 거 같네요.
가신다니 그냥 그런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홀연히 당신을 만난 것 그것은 운명이었고 기쁜 일이었다고
당신 가시는 길에 저의 조그마한 마음을 담아보냅니다.
이제 우리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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