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김치하 번역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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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하 교수는
리처드 스티븐슨의 명저 Advanced Programming in the UNIX Environment와
UNIX Network Programming을 번역한 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날림 번역서들의 큰 문제인 번역체의 문장도 거의 없었고
마치 우리글로 된 책을 읽는듯 비교적 깔끔하게 번역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김치하 교수는 이 쪽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잊혀지지않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으니...
이것은 바로... 용어의 무리한 한글화때문이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보여드리자면...
강시 - zombie
껍데기 - shell
대롱 - queue
보쌈 - packet
일꾼 - server
째깍 - click
통 - stack
파수꾼 - daemon
용어의 한글화 좋습니다. 하지만 평생 쉘(Shell)이라고 하는데 저 책에서만
껍데기라고 쓰여져있고 옆에 괄호도 없으면 정말 답답하죠.
그리고 몇 개의 용어만 저렇게 한글화를 한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용어를 한글화합니다.
결국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번역이 됩니다.
If a child has already terminated and is a zombie, wait returns immediately with that child's status
-> 자식이 이미 끝나서 강시가 되어 있으면, wait는 그 자식의 상태와 함께 바로 돌아간다.
(참고로 wait이 번역되지 않은 이유는 wait은 유닉스 프로그래밍을 할때 직접 입력해야하는 함수이름이기 때문입니다 =_=;;.)
프로그래밍은 외국에서 들어온 학문이라 모든 용어가 영어인데 그 모든 영어가 한글화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심지어 프로그래밍도 영어인데... =_=;;
한글화 다 좋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해당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고 해야지
이렇게 홀로 과격한 한글화를 시도했으니...
그 책으로 공부하던 학생들은 사자후를 토하며...
결국 한국어를 다시 영어로 바꾸어주는 김치하 한영 번역 사전을 만들어냅니다.
지금은 없어졌다가 복원한 당시의 자료들
사실 책을 보다보면 이 분이 고민도 많이하고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시도였지만 유닉스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과연 얼마나 좋은 책이었는지는
의문이네요.
결국 리처드 스티븐슨의 책은 영어를 좀 하는 학생들이면 직접 원서를 보고
영어가 안되는 학생들은 필히 원서와 번역서를 다 구매해야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었죠.
p.s
이 분의 블로그에서 많은 부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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