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곳에 처음 와서 그동안 상식적으로 생각해왔던 일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진국이 물가가 비싸고 못사는 후진국은 물가가 싼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왔다.

후진국은 당연히 인건비가 쌀테고, 1차 산업위주의 경제일테니 농,수,축산물과 음식값이 쌀거라고......

앙골라에 와봤더니 전혀 아니였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건비, 기름값, 맥주값, 커피값만 빼곤 앙골라가 한국보다 모든것이 비싸다.

이곳에는 코카콜라 병입하는 공장 빼곤 공장은 없다. 모든 공산품은 수입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성냥, 이쑤시개, 숟가락, 젓가락도 수입해야 하고 아이스크림도 원액을 수입해서  얼려서 먹는다.


우리나라가 못살던 시절에도 그래도 면직물이라도 만들고, 동동구리므라도 만들었지만 여긴 그것도 전무하다.


일상에 필요한 모든것을 전부 수입해야 하는데 항만 부두 시설도 열악하고, 도로교통망도 미비하고,

유통시스템도 허술하다.


수입품을 실은 배가 항구앞 먼 바다에서 몇달씩 떠 있기 일수이다. 콘테이너 부두의 용량이 한계가 있어

물건을 내리지 못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까 모든 물건이 비싸다.

자동차는 한국의 1.5배이고, 전자제품은 두배, 세배 비싸다. 문구류나 안경같은 것은 대여섯배 비싼 경우도 있다.


때로는 비싼건 둘째치고, 아무리 돈을 줘도 물건을 못사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롯데마트같은 대형마트 매장이 물건이 품절되어서 텅텅 비어 있던 광경은

생생한 충격이었다.


주택도 이 나라에 건설붐이 일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오는데 그나마 쓸만한 집들은 그리 많지 않아서

우리가 쓰던 방 5개짜리 숙소를 월세 14,000불을 내고 썼다. 그것도 1년 단위로 선불을 해야 한다.


전기와 수도가 나오는 주택에 대한 수요는 폭발하는데, 건축자재 수급이 어려워서 집은 빨리빨리 못짓고

집값은 나날이 폭등하고 있다.


이곳에도 wimpy같은 브라질이나 남아공 프랜차이즈 패스트 푸드점이 있는데 햄버거 하나 먹는데 우리돈으로

만원쯤 한다.


중국 레스토랑에서 두 명이 밥 좀 먹으면 10만원은 훌쩍이다.


이런 나라에서 가정부 한달 급여가 150불이다. 한달에 150불 받아서 자식들과 같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나는 항상 그것이 불가사의였다.





2.

우리나라와 일본의 빵을 보면 미국이나 서유럽의 빵 스타일과는 다르다.

그것은 일본에 빵을 전해준게 나가사키를 통해 포르투칼인들이 빵을 전파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빵'이라는 말 자체가 포르투갈어다.

발음상으로는 '빠웅'에 가깝게 발음한다.


카스테라, 고로케.....이런게 포르투갈식 빵이다. 특히 앙골라에서 고로케 스타일의 빵을 많이 먹었다.

빵속에 야채나 고기다진것 뿐만 아니라 별 잡다한걸 다 다져서 넣어 먹는다.

퀄리티는 한국보다 훨씬 못하다.


레스토랑에서 한 번은 스테이크를 시켜먹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웨이터 녀석이 "어떻게 익혀드릴까요?" 묻지를 않는다.

미디움, 웰던 따위를 묻지 않는 것이다.

상당히 고급 레스토랑인데 말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웰던으로 바짝 익힌 고기덩이위에 계란 프라이 하나를 곱게 얹어서 내온다.

포르투갈 식이란다.


같은 언어권인 브라질 음식도 많이 전파가 되어서 검은 콩을 죽같이 곱게 끓여서 밥이랑 같이

먹는것도 먹어봤고,


브라질식 고기부페도 먹어봤다.

소,양,닭의 각종 부위와, 메추리, 악어, 노루등 별별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서 숯불에 굽다가

웨이터가 꼬챙이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손님 접시에 슬쩍슬쩍 썰어 내주는 방식이다.

엄청나게 큰 구렁이를 들고 다닌적도 있었는데 차마 못 먹었다.



3.

이곳의 근무 시간은 대부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다섯시에 끝난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12시부터 2시 까지이다.

처음엔 점심시간이 무진장 긴것 같아서, 역시 더운 나라는 씨에스터가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물론 씨에스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을 하면 음식이 엄청 늦게 나온다.

음식 나오는 시간을 1시간쯤 기다려야 하고, 그것을 웃고 떠들면서 먹다보면 또 1시간이 간다.

점심시간 두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


물론, 숙소에서 식사를 할때에는 12시 되면 땡하고 식당에 올라가서 차려진 밥상 5분만에 해치우고

방에 들어가서 2시간씩 낮잠을 잤다.





4.

이 나라도 여느 아프리카 나라처럼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커피가 있다. 'ZINGA'라는 브랜드이다.

남유럽식 전통에 따라 커피는 무조건 쓰디쓴 에스프레소이다.

커피라는 말은 잘 못 알아듣고, '카페~'라고 주문을 하면 코딱지만한 에스프레소 컵에

진한 커피를 내와서 설탕을 두세봉지 준다.


나는 에스프레소 마저도 설탕없이 블랙으로 마시지만, 이 곳 사람들은 그 조그만 잔에 설탕을

두세 봉지씩 넣어서 달짝지근하게 마신다.


카페라테, 카페모카, 아메리카노 커피는 호텔이나 가야 맛 볼 수 있다.


이 나라에 있을때 처음엔 '뭥미'했지만, 차차 에스프레소에 맛을 들였는데, 한국에서 마신

에스프레소중엔 아직 그 정도 맛을 못 느껴봤다.





5.

내가 생각하기에 영국이나 프랑스의 식민지 경영 스타일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경영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던것 같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자국인을 보내어 정착을 시키고, 플란테이션 농업을 하여서 철저히 수탈하였던

반면에, 초기에 항로를 개척했던 포르투갈은 원래 무역에만 관심이 있었던지, 아니면 자국의

인구가 부족했던지 정착민 제도를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앙골라에는 플란테이션 농업의 흔적이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거의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열대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과일, 채소, 이런것들이 매우 비싸고 귀하다.

과일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품질도 형편없다.


목축이 거의 없어 신선한 우유는 구경하기 힘들고 남아공에서 들여온 진공포장 우유밖에 볼 수 없다.


소와 돼지, 양을 기르는 경우는 별로 없고 그나마도 거의 야생과 마찬가지로 방목하다시피 기르니

이 놈들이 완전히 근육질이 되어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다.


염소나 닭은 좀 기르는 모양인데, 역시 이 녀석들도 방목이라 엄청나게 질기다.


루안다 시내의 길거리에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돼지나 닭이 시내 한복판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