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인 관계에서 술은 막힌것을 뚫어주고

어려운것을 쉽게 하며 딱딱한것을 부드럽게 해준다고 했다.

굳이 고서 한귀퉁이 경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충 수긍이 가는 바이다.

먼곳에서 반가운 벗이 찾아오면 술 말고 무엇을 대접하리오

술하나면 충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술 좋아하는 사람 치고 악인 없다는 말도 있다.

상당히 그럴듯 한 말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 생각해보면 상당한 의구심이 드는 말들이다.

대인관계에서 제일 중요한건 무엇일까.

어렵게 생각할거 없이 상대방이 낯이 익던 설던간에

사람을 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진심 아닐까 싶다.

그것만큼이나 대인관계에서 소중한것이 또 무에 있을까 말이다.

하긴 요즘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가장 어려운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거지로 술을 들이부어놓고 진심을 끄집어내려는거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술을 끊으면 사람은 진솔해진다.

술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호인이기보다는

비겁자에 속한다.

인생사 살면서 필히 생기기 마련인 스트레스나 삶의 찌꺼기를 해소하는데 그들은 익숙하지 못하다.

그저 술로 도망갈 뿐이다.

대서지 못하고 싸우지 못하고 실실 피하고 도망가기만 하니 호인이란 오해를 받는것이다.

그래서 술을 끊으면 사람은 용감해진다.

권주문화....

이른바 술을 권하는 문화...

어찌 보면 어린아이들 왕따 문화와 비슷하다.

패거리즘.

나도 마셨으니 너도 마셔라.

술 안마시는 이들은 왕따 시켜라.

사실 권주문화의 바닥은 불신감이다.

뭔가 상대방의 바닥 - 끝장 - 을 보아야 그 사람의 한계를 접해봐야 비로소 쥐꼬리만한 신뢰감이라도

생기는,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믿을 건덕지 조차 찾지 못하는 지극한 불신감이다.

그래서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네꾸다이를 머리에 두르고 폭탄주를 들이붓고

고래고래 맞지도 않는 음정박자가사 소리질러대고

그러다가 결국 머리 깨질듯한 숙취로 그 다음날 하루 온전히 시체놀이하고...

이런 망가짐을 서로서로 공유해야 왕따가 되지 않고 무리에 어울릴수 있는...

그래서 술을 끊으면 사람은 신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