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제비형님이 올리신거에 리플로 달까 하다가 걍 본문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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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

용산에서 남일당 건물이 불타오른 바로 그 날 밤.

광화문의 어느 세미나에서 저는 그 사람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제로 봤어요.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사회자는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묵념을 제의했고,

모두가 숙연한 표정으로 묵념을 올렸어요.



묵념이 끝나고, 사회자는 그 날 참석한 명사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 그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구요.




예정된 순서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그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짧은 연설을 하더라구요.


"..세미나도 참 좋지만, 그 전에 오늘 새벽에는 용산에서 너무나 슬픈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상을 떠난 입주자들을 위해 모두 다 같이 묵념합시다."



잉?

묵념 벌써 했는데??

행사장이 조금 웅성거리려고 해요.

그러고 보니 고문 후유증 때문에 다른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신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저는 안타깝기도 하고.. 또 굉장히 불손한 생각이었지만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사회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사람에게 말하더군요.

"저.. 고문님 아까 그 일 때문에 묵념 이미 했습니다.."




그 사람은 한결 비장하고 큰 목소리로 즉각 대답했어요.

"그래도 한 번 더 합시다!!"



순간, 100여명의 사람들이 숙연해졌어요.

저도 진심을 다해 묵념을 한 번 더 했지요...





워..

그 사람은 한 번 본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사람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절대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말.

와닿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