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고 있는데요 홀로;

친구들과 망년회할 생각하니까 생각나는 추억이 있네요

고2때였습니다. 전 소위 비행청소년이었고요
2학기때 반항심에 두어달 정도 학교에 안나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용돈은 벌어야겠기에 학교근처 당구장에서 알바를 했죠. 그 당구장은 당연히 저의 지지세력으로 연일 북세통이었습니다

어느 저녁. 당구장에는 야자를 땡땡이치고 넘어온 친구들로 5개 다이가 풀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자리가 모잘라서 한쪽에선 티비보고 장기두고 담배피고 짜장면 시켜먹고 머 난장판이었죠


그러던 당구장이 갑자기 적막으로 감싸게 되었습니다.

"담배 안꺼? 이 개새끼들아!!!!"

그소리를 듣고 출입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악명높은 학생과 선생님이 서 있더군요

금새 친구들은 쫄래쫄래 그 선생님 앞으로 줄서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동네 노는 형님들 사이에 유행하던 엘레쎄 추리닝을 입고 잇던 저는 절 못알아볼까 싶었는데 알아보더군요. 담당 불어선생이었거든요 ㅎㅎ

"매드야 넌 뭐해. 너도 줄서"

그때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반항심이 생기더군요. 그자리에서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습니다.
허공에 연기를 내뿜고는
그 선생님을 똑바로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학교 안갑니다. 그리고 영업에 방해되니 얼렁 나가주시죠"
선생님은 그대로 나가셨고.친구들도 따라서 갔죠.

11시 야자가 끝나고 몇명이 당구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들 일일히 부모님과 통화해서 오시라고 햇다며 한숨 푹푹 쉬더군요


늦은 시각 당구장 간판불을 끄고서 죽마고우 두명과 소주한잔을 했습니다.
우리 세명은 더러운 입시교육에 환멸을 느낀다는 의미하에(아 어이없이 웃기네요) 새우깡과 사발면 앞에서 도원결의를 하게 됩니다


"부모님 모시고 가서 자퇴하자"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달건이형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엘레쎄 추리닝을 입고; 쉽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이끌고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담임샘은 고작17일, 그것도 병결로 처리해 놨다가 교감한테 걸려서 시말서까지 썼다고 하더라고요.
담임샘, 보호자 도장을 찍고서
교감선생님의 결제도장을 받으러 갔습니다

"매드야.. 정말 이러고 싶니"

담임샘의 말에

"열씸히 살께요" 라고 답했습니다


교감선생님 의자에 앉으니

"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너가 세번째야 "

친구 둘은 먼저 다녀갔나봅니다

"어라 너 매드자나?? 너가 왜 여기에 왔어"

1학년때 학년대표로 학교행사에 활동햇기때문에 교감선생님이랑 친했거든요

"야 학생장. 너가 이러면 돼? 난 이거 결제 못해줘. 어머님.. 말리세요 전 절대로 결제 못합니다"


그때쯤에 어머니께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울어머니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신 분이라 한이 맺혀서 아들래미는 많이 가르치고 싶었다며 우시는데...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셧고. 다시는 이러지 않겟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졸업하겠다고요..


근데 그러고보니 도원결의 했던 친구들이 생각나는 겁니다.
저녁때 당구장에 갔습니다. 친구 두놈이 역시 있더군요. 하나는 사복 하나는 교복;


A친구 아침일찍 가서 수월하게 자퇴서 도장을 받았습니다.
B친구 오전에 갔는데 아버님께서 졸업만 하면 차 사준다고 꼬시셔서 교무실에서 뒤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전 말햇다시피 그렇게 됐고요.




결과적으로 도원결의를 했으나 a친구만 자퇴를 하게 된겁니다;;;;;; 아 정말 졸업할때까지 내내 미안했어요. 저랑은 초딩때부터 친구거든요


A친구는 화류계로 진출하여 지금은 밤생활을 합니다. 그래도 저랑은 여전히 좋은 친구지요

꼭 세명이 모여 한잔할때면 가끔 이얘기를 합니다. 도원결의는 개뿔 ㅋㅋㅋㅋ 하며 말이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웃으면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그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