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예선 vs러시아 - 수비의 공백으로 연결된 부실한 공격
이 날 한국과 러시아는 '압박 수비'와 '빠른 공격' 이라는 공통된 작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경기력의 차이는 세계 랭킹(러시아 11위, 한국 31위) 차이 만큼이나 컸다. 러시아의 경기력은 한국에 비해 월등 했다. 같은 컨셉의 농구를 펼쳤기에 그 차이는 더 확연하게 느껴졌다.
몇가지 포인트를 통해서 양팀의 경기력을 비교하는 동시에 한국의 패인을 살펴 보았다.
54.2% 대 21.3% 강팀을 상대로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 날 한국은 공격에서 아주 적극성을 띄었다. 공격 제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찬스가 나면 바로 슛을 시도 했다. 하지만 성공률이 너무 떨어졌다. 러시아의 블록슛이 따라오지 않는 완벽한 찬스에서도 공은 계속 해서 림을 벗어났다. 한국의 야투 성공률은 21.3%에 그쳤다. (2점슛 성공률 23.7%, 3점슛 성공률 17.4%)
한국의 공격 실패는 러시아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신장과 기동력이 좋은 러시아는 수비 리바운드 에 이은 빠른 공격을 통해 많은 득점을 올렸다. 속공이 저지 되더라도 재빠르게 신장의 우위를 활용해서 외곽슛 찬스를 만들어 냈다. 한국의 수비가 정돈 되지 않은 틈을 완벽하게 공략한 것이다. 러시아의 야투 성공률은 54.2%로 아주 높았다. (2점슛 성공률 60%, 3점슛 성공률 42.1%)
30 대 12 야투 성공률은 수비 리바운드에 영향을 주었다. 러시아는 한국의 슛 미스가 많았기에 수비 리바운드를 잡을 기회가 많았다. 속공 등 빠른 공격의 시작은 바로 수비 리바운드. 러시아는 무려 30개의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냈다. 얼리 오펜스를 시도 할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러시아의 슛 성공률이 워낙에 높았기에 수비 리바운드를 잡을 기회가 적었다. 한국이 잡아낸 수비 리바운드는 러시아보다 18개나 적은 12개. 두 팀이 비슷한 턴오버(러시아 22개, 한국 19개)를 기록한걸 감안하면 빠른 공격 빈도의 차이는 수비 리바운드 차이에서 갈렸다고 할수 있다.
22 대 19 위에 언급 한대로 양 팀은 상당히 많은 턴오버를 범했다. 두 팀의 합이 40이 넘었으니 분명 굉장히 많다. 턴오버가 많이 나온 이유는 한국과 러시아 모두 공격 조직력이 설익은 데다가 서로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턴오버를 통해 얻은 빠른 공격의 기회는 비슷 했다. 하지만 결정력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러시아의 속공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신장과 기동력 운동량에서 우리 선수들을 압도하며 멋진 덩크슛을 양산해 냈다. 반면 한국의 속공은 위력이 떨어졌다. KBL 에서 극강의 속공 마무리 능력을 보여줬던 김선형, 이승준은 러시아 세이프티 맨의 블록 타점에 부담을 느끼며 많은 찬스를 무산 시켰다.
수비 리바운드 차이로 인해 속공 기회 자체가 적었던 한국은 마무리에서도 미숙함을 드러 냈다. 속도 대결에서 완패한 것이다.
16 대 13 러시아는 16개, 한국은 1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냈다. 갯수 로만 보면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슛 성공률이 워낙에 낮았기에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기회가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걸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신장 202cm인 러시아를 상대로 두 자리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는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나름 대로 이부분에서 선전을 한것이다.
하지만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재 공격, 다시 말하면 하프 코트 공격에서 양팀은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러시아는 뛰어났다. 신장의 우위를 활용해서 도움 수비를 유발 시킨 후 외곽슛 찬스를 만들었다. 페인트 존에서 장신 선수들 이 한국 선수들의 머리 위에서 주고 받는 패스도 돋보였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골밑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자꾸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짙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선형 김태술 등의 부지런한 돌파에 이은 패스 아웃으로 적지 않은 중장거리 슛 찬스를 만들어 냈지만 성공률이 너무 떨어졌다.
수비의 공백으로 연결된 부실한 공격 한국은 강력한 압박을 기본으로 기동력이 좋은 빅맨(이승준, 오세근)이 적극적으로 앞선 압박에 참여하는 수비를 펼쳤다. 이상범 감독이 소속팀 안양 인삼공사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 이 수비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한국의 압박 수비에 러시아는 당황 했다. 하지만 이런 압박 수비는 공격이 성공 되야지만 펼칠수 있다.
위에 언급 한대로 한국의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빠른 농구를 주고 받는 '점수 쟁탈전'에서 56점을 넣고선 이길수가 없다. 아니 최종 점수차가 35 였으니 공격이 좀 더 잘 풀렸다고 해도 이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투 성공률을 조금만 더 높였다면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는 빈도를 늘릴수 있었을 것이다.
대표팀의 부실한 공격은 압박 수비를 펼칠수 없는 '수비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게 러시아 전의 결적적인 패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