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좀 더 복잡한 말을 가졌고, 그에따라 좀 더 같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구성원에게 좀 더 같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어려서부터 말을 익히는데 참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제가 말에 대해서 분석하고 글을 적는것이 아이러니합니다만, 어쩌면 그래서 이런 생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쉽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제게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제 말솜씨와 글솜씨는 부족해서 아주 긴 글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럼에도 많이 부족할 듯 합니다.
아무쪼록 읽으시고, 많은 생각을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일종의 언어학자라고 우길려면 우길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언어는 사람의 말이 아닙니다. 사람보다 아주 멍청한 존재인 컴퓨터가 겨우 알아먹을 말을 공부했죠.
따라서 관련자나 전공자가 보기엔 많이 부족한 면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참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인데, 저는 "우리는 어려운 말을 가졌고, 그에따라 좀 더 같음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이 생각을 정리하고 분석하려는 글 중 첫번째 글입니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몇가지 적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우리말(한국어)이지 우리글(한글)이 아닙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제가 말할 필요도 없고, 제 실력으론 말해도 쓸모도 거의 없겠지요.
그리고 제 의문을 다시 보면 두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앞부분은 "우리는 어려운 말을 가진것 같다"이고, 뒷부분은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구성원에게 좀 더 같음을 강요하는것 같다"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뒷부분입니다.
즉, '말의 어려움'과 '사회적 통일성'사이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지요.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앞부분이 맞다는 가정하에 (혹은 앞부분은 신경쓰지 않고) 뒷부분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사실은 이 부분이 길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앞부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직 언제라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고 있네요)
하지만 앞부분 이야기에서 한가지는 먼저 말씀 드리자면, 제가 말하는 '어려움'은 '체험적 어려움'은 아닙니다. 따라서 어려움이란 말보다는 사실 '복잡함'이란 말이 어울릴 듯 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앞부분을 쓸때 나오니 일단은 좀 이상하더라도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 먼저,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구성원에게 좀 더 같음을 강요하는것 같다"는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말은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통신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여기서는 잠시 다른 기능 하나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습니다.
말은 생각의 도구로도 쓰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각자의 말을 사용하여 생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물론, 말 외에도 생각의 도구는 있습니다. 영상적으로 생각하거나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본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음악가 중에는 소리적 감각을 기반으로 생각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생각의 도구는 한계가 뚜렷해서 한가지 방식만으로 모든 생각을 진행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수학적인 생각만으로 새벽 물안개가 핀 풍경이 이름다음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말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생각하는데 어려움이 적은 편입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제 생각에 가장 완전에 가까운 생각의 도구는 현재까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설이 있습니다. 생각을 할 때 말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사람의 말이 다시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이지요. 사피어-워프 가설이라고 합니다. (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D%94%BC%EC%96%B4-%EC%9B%8C%ED%94%84_%EA%B0%80%EC%84%A4 ) 이 가설은 에드워드 사피어가 주장했고, 벤자민 리 워프가 어느정도 검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가설을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지지합니다.
여기에 벤자민 리 워프의 말을 일부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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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어의 배경 언어체계(즉 문법)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한 복제 수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체가 생각을 형상화한다는 것, 즉 각 개인의 정신활동, 자기가 받은 이상에 대한 분석, 주고받는 정신적인 것들의 종합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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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은 현대 과학에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개인이 아무런 편견 없이 자연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유스럽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해석의 방식에 대해 어떤 제약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라면 거의 가장 자유스러운 사람은 아주 다양한 언어체계에 친숙한 언어학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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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유로운 문법을 가진 말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생각의 한계가 줄어든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구성원 개인들의 생각의 한계가 넓어진, 더 자유로운 사회를 생각해 봐야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잠시 사람의 언어 능력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개인 사이의 차이는 있겠으나, 크게 봐서 사람들 사이에 언어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이는 사회 구성원간의 평균적인 언어 능력으로 넓혀서 본다면 더더욱 차이는 줄어들어서 무시해도 될 수준이 될 듯 합니다. 보통 언어학자들이 "언어간에 쉽고 어려움은 없다"고 하는 이유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어짜피 말의 가장 큰 이유는 통신 수단이기에, 내가 잘 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의 언어 능력이 같으면 실용적인 수준에서 언어간의 어려움 차이는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신 수단으로 '실용적인 수준'에서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실용적 수준에서 언어간의 어려움 차이는 결국 없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실용적이지 않은 기준으로는 언어간의 어려움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그럼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기준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이제 아까 말하던 부분과 합쳐질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바로 개개인의 생각의 한계를 높일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는 언어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되겠지요. 즉, 실용적인 부분이 언어의 다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는 실용적이지 않아서 더 이상 익히지 않는 부분이 언어에는 존재한다는 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언어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이 있고, 그 위의 수준도 있고의 식으로 말을 하다보니 말의 길이만 너무 길어집니다.
따라서 잠시 이 글에서 몇가지 줄임말을 정해 놓겠습니다.
어떤 말의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저는 말의 '완벽한 수준'이라 부르고, 이를 언어의 '기능 점수'가 100점인 상태로 두겠습니다.
실용적인 수준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저는 말의 '실용적 수준'이라 부르겠습니다. 어떤 말의 실용적 수준도 점수로 환산할 수 있겠지요. 이를 '실용 점수'라고 부르겠습니다.

실용 점수가 몇점인지는 말에 따라 다르므로 특정지을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100점이 실용적 수준인 말이 있을수도 있고 1점이 실용적 수준인 말도 있을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단 이 글에서 실용적 수준이 100점인 말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어쩌면 존재할지 몰라도, 일단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들 중에는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용 점수가 언어간에 다를수 있다는 점이지요. 실용 점수가 다른 말을 가진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말의 어려움 차이가 있는 경우와 구성원의 언어적 능력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겠지요. 하지만 후자는 위쪽에서 없다고 말을 했으니, 결국 사회간의 언어 실용 점수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사회가 가진 말 사이의 어려움 차이가 됩니다.
(일단 여기서는 모어가 두가지 이상인 경우에서 발생하는 실용 점수의 차이는 무시하겠습니다. 이 경우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를 제가 잘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ㅠㅠ)

잠시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자신의 말의 기능 점수가 100점이 된다는 것이 보장된다면 (그리고 사회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언어적인 관점에서)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모든 말의 실용점수가 100점인 경우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생각의 한계도 넓어지고 더쉽게 더 어려운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말의 실용점수는 100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가 참 어려워 집니다. 상대방의 언어 기능점수가 낮아서 말로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뭐, 그래도 기능점수가 100점인 사람은 천재니깐 어쨋든 잘 해결하겠지요. 저는 그런 천재가 아니므로 (전 사회적 평균점수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러운놈의 배부른 고민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_-;;;;
여기서 잠시 말할것은 점수의 기준은 아는것이 아니라 쓸수 있는것에 있습니다. 어떤 언어학자가 말에 특정 기능이 있다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 쓸수 있는지는 별개라는 것이지요. 대부분 체험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해당하는 언어 기술들 때문에 아무리 천재라도 말의 기능을 100% 알수는 있어도 기능 점수 100점을 받을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쓸수 없는 이유가 상대방에 있는 것은 점수가 깎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기능점수가 100이 아닌 사람이 실용점수 역시 100점이 안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각각의 기능 점수가 80점인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눌때, 쓰일수 있는 말의 점수는 몇점짜리 일까요?
100점이나 0점은 확실히 아닐테구요. 얼핏 생각하면 80점이 떠오르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두 사람이 같은 말을 쓴다는 것을 제외하고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면 (같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면), 제 생각에는 60점이 될겁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을리는 없겠지요...
두 사람이 완벽히 모든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면 (모든 것이 공통점이라면), 80점이겠지요. 저는 그런 사람도 없다고 거의 확신합니다. (AI나 사람의 지식을 포맷하고 이식하는 기술 혹은 완벽한 세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요.)
두 사람이 기반으로 하는 생각이 완벽히 랜덤했다면 64점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설명하자면 랜덤쪽도 설명해야 하니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겠습니다... 이미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요 ㅠㅠ)
즉, 두 사람이 기반으로 하는 생각의 정도에 따라 두 사람이 쓸수 있는 말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볼때 구성원간의 말이 잘 통하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의 실용점수를 높이는 방법과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기반 생각(상식, 도덕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지요)을 더 일치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중 실용점수를 높이려면, 구성원의 언어 능력을 높이거나 말이 (교체하거나 변형하여) 더 쉬워지도록 만들어야 겠지요.
가끔씩 말이 더 쉬워지도록 만드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 경우는 거의 실패하거나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구성원의 언어 능력을 높이는건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불가능 했다고 보이구요.
즉, 구성원간의 말이 잘 통하게 만드려면 사회는 사회 구성원간의 기반 생각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가능할까요? 예,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가능합니다. (그 시간도 말의 교체나 변형보다 훨신 짧다고 보입니다)
이 방식은 서로 좋아지고 나빠지는 사람이 없으므로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사람은 일단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옛날에는 귀족이나 왕족이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겠지요 - 하지만 이 경우도 실용점수가 자신이 원하는 점수 이상으로 가지 못하게는 있어도, 그 이하로 떨어지도록 방치하는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지시도 이해못하면 또 쓸모가 없어지거든요. ) - 사실 진짜 그럴지는 현대 사회의 문제로 넘어가는데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이 아닌 듯 합니다.


비숫한 수준의 사회라면, 말이 달라서 실용 점수는 다르더라도 사회 구성원간에 쓰이는 말의 절대적 수준은 비슷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비슷한 수준의 사회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다른 말 사이에 실용 점수가 같은 것이 같은 수준의 말을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로하는 사회의 실용점수가 언어외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그 실용점수가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사회에 비해 더 낮겠지요.
거꾸로 생각하면 비슷한 수준의 사회를 비교할 때,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좀 더 낲은 수준의 실용 점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 간에 말이 통하려면 실용점수가 낮을수록 더 많은 기반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이 통하는게 아니어서 이지요. 필요로 하는 실용점수에 도달했다면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지만, 그만큼의 생각도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말은 생각의 도구이기도 해서 실용점수가 낮은 말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을 전달할때, 더 놎은 실용점수의 말을 가진 사람에 비해서 기반 지식이 많이 필요해 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더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반 지식, 즉 통일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반 지식은 거꾸로 생각하면 획일화이고 몰개성화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 만으로 전부가 결정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어려운 말을 가진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좀 더 같음을 강요하는 환경이 되기 쉬워 보인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우리말, 즉 한국어가 진짜 어려운 말일까?"에 관한 생각의 정리입니다.
기다리시는 분은 없을듯 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마저 다 수집하고 정리가 되면 이에 관한 이야기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
아....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다음은 지금꺼보다 두배는 길어 보이는데... ㅠㅠ
언제가 될진 장담 못하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