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전화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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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이긴 한데
지역번호가 제가 사는 동네라서
혹시 학교인가, 아들내미 병원인가 하는 생각에 받았습니다.
"헬로"
"XXX씨세요?"
"네 맞는데요"
"저 XXX인데요."
직접 본 적은 없는 사람이지만 아는 이름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예전에 살던 사람의 이름이죠.
이 동네에 한국사람이 정말 많은데 우연히 이 집에서 이전에 살던 사람도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작년 3월에 이사온 이후 이 사람 앞으로 온 우편이 꽤나 많아서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암튼, 자기 이름만 이야기 할 뿐,
예전에 우리집에 살았다는 사람이라는 최소한의 소개는 없습디다.
"아 네"
"혹시 그동안 제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 오지 않았나요?"
"왔었죠"
"혹시 갖고 계세요?"
무진장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제가 여기 이사들어온게 작년 3월이니 이제 1년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제가 알지도 못하고 행방도 모르는 사람의 우편물을 갖고 있냐고 물어보니 말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이사왔을 때 약 한 달 동안은
이 사람 앞으로 된 우편물을 모아두긴 했습니다.
개중엔 은행이나 중요 관청으로부터 오는 것도 있길래
귀국한게 아니라면 혹시라도 찾아올래나 해서 갖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났을무렵
아무도 찾아오지 않길래 제가 할 만큼은 했다는 생각에
그 이후부터는 그 사람 앞으로 오는 우편은 다 반송함에 넣었습니다.
"아니요"
"XX은행, XXX(관청)에서 온 것 없었나요?"
"아... 있었는데. 제가 사실 혹시나 해서 한 달 정도 보관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아는 분도 아니고 찾아오신 것도 아니고 해서 그 이후부턴 다 반송시켰어요."
"네? 왜 그랬어요?"
급 당황했습니다.
"제가 아는 분도 아니고,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한 달 동안 모았는데 연락도 없고 해서 그랬는데요."
"거기 얼마나 중요한게 있었는지 알아요?"
그렇게 중요한게 있으면 미리미리 알아서 주소 변경 해놓든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왔지만
싸우기도 싫고 해서 그냥 참으려 했는데
갑자기 저도 욱 하더군요.
"근데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AA, BB, CC 등 아는 사람 어찌어찌 통해서 제가 여기 사는 사실을 우연히 알앗고 연락처를 받았답니다.
이 동네 한인사회가 좀 좁아서 정말 한다리 건너면 대략 다 알게 마련이거든요.
그러곤 제가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나도 할만큼 했고, 정말 중요한거면 니가 진작 챙겻어야지 왜 나한테 그러냐.
"알았어요"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습디다.
근데 지금까지 몇시간째 화가 나네요.
이사람 정말 면상이라도 보면 뭐라고 직접 한 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 별 사람 많아요.
이처럼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부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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