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전 여친이 청첩장을 돌리더군요.

저와 헤어진 이후에 여러명과 사귀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이는 부분이 없었는데,
청첩장을 눈도 안마주치고 얼굴이 빨개져서 던지듯 놓고 갈때는, 저도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마 저한테만 안주면 "왜 ㅇㅇ씨한테는 청첩장을 안주냐?" 고 눈치없는 동료들이 물어볼까 두려워서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동영 작가가 쓴 미국횡단 여행기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에 보면,
일정 중에 예전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집을 들르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아기를 가져 배가 잔뜩 부른 옛 여자친구와 그녀를 잘 돌봐주는 그녀의 남편 얘기가 나오죠.

저라면 옛 여친의 집에서 그러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하루를 묵고 가는 글쓴이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생각이 나네요.

물론 옛 여친에 미련도 없고, 좀 더 사귀었더라도 얼마 못 가 헤어졌을 것을 잘 압니다만,
이상하게 마음은 개운하진 않네요.

벌써 헤어진게 8년이나 됐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을 두고서도 이런 감정이 드는 걸 보니, 아직 제가 덜 자랐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