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를 주문하고 나니 새록새록 옛생각이 나는 것이...

한 학년에 50명 정도밖에 없는 시골 국민학교에서 리코더 불 줄 아는 몇 안되는 애들끼리

묘한 경쟁이 벌어진 것이... 그니까 한 해 위 누나/형들 포함해서... 그니까 대충 4학년과 5학년 사이에서...

유명한 노래를 누가 더 많이 부를 줄 아느냐...

그러니까 교과서에 나오는 맑고 아름다운 동요 말고, 한창 보던 만화영화 주제가나 대중가요를

누가 부를 줄 아느냐...

다시 말하지만 80년대 중반의 시골 학교 얘기인지라, 만화영화 주제가의 악보 따위는 구할 수가

없던 시절...

한 마디로 실력 연습 중인 밴드들이 유명 노래 따는 거의 가장 초보적인 형태를 해야 했던 시절...

도레미는 알고, 악보를 보며 도레미를 읽을 줄은 알아도, 그걸 보고 노래로 전환시키는 것도 못하는 국딩들이...

일일이 실제로 불어봐서 도레미를 적어가는, 그야말로 쌩노가다의 시절...

한 학년 위의 형이 '엄마 찾아 삼만리' 주제가를 다 부를 줄 안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로 들었던 그 충격...

"형, 그거 어떻게 부는지 가르쳐줘요."

"하드 하나..."

이건 무슨 무림 고수에게 배움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

그에 비해서 잔머리 굴리던 저는...

삼촌이 갖고 있던 최신 가요 책에서 악보를 해독(ㅋㅋㅋ)하기로 했는데...

아뿔싸...

대중가요에는 반음(# 같은 거)이 왕왕 있는 겁니다. 하아... 특히나 파와 솔 사이의 반음...

이게 많이는 없지만 차이가 확 나더군요. 하아...

사실 리코더 사면 반음 내는 운지법도 나오지만, 애들은 보지도 않고 그거 다 버리니... 몰랐...

교과서 음악에서는 별로 필요 없기도 했고...

나중에서야 리코더 새로 사는 애들 거 설명서에 뭔가 요상한 게 있어서 보니 ��!!!

그래서 맘껏 뽐내며 가요를 불러제꼈지만...

선생님 왈...

'벌써부터 가요나 부르면 안된다. 학생이 학생답지 못해.'

쿠사리 먹고는 깨갱...

하아...

그러던 시절도 있었어여. 뭔소리 하나 싶겠지만...

나중에 보니 피아노 치는 애들은 저런 게 기본이고, 악보만 봐도 멜로디를 흥얼거릴 줄 안다는 얘기 듣고 충공깽...

시골이라 피아노 치는 애가 6학년 전체 중에 2~3명 있는 곳이니...

그런 능력자를 본 적이 없으니 상상도 안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