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너무나 아끼는 팬들 중에는 그래도 잘되길 바라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그렇게 해서 못하기만 해봐라'라고 칼을 갈면서 말이죠. 

선수를 뽑는 건 감독의 재량이고 그걸 흔들면 어찌 되는지 그 전의 대표팀 실패로부터 많이 봐왔죠. 물론 그 당시에 감독의 선수선발 권한을 흔든 건 팬들이 아니라 축협이었다는 건 좀 다르긴 하네요. 

하여간 홍명보의 고집과 관련한 비난도 많이 나오는데, 이 경우는 전 생각이 좀 달라요. 홍명보가 비판받아야 하는 건, 그냥 무능하고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죠. 엔트리 구성과 관련한 건 부차적인 겁니다. 왜 부진했느냐에 대한 분석에서 나오는거죠. 

홍명보도 어찌보면 불쌍할 수도 있는게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은게 2013년 6월 24일입니다. 딱 1년 되었네요. 홍명보한테는 이 기간동안 선수 다시 자기에 맞게 구성하고 전술 다시 시험해보고 할 시간이 없었어요. 감독 경력도 미미한데, 1년 주고 평가전에서 뭐 시험해보려고만 하면 맨날 지니까 부담이 가중되서 결국 엔트으리 무리수를 두게 된거죠 -_-

최강희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아시아 예선까지만 하도록 약속했던 것부터가 잘못되었어요. 최강희가 본선까지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그 때 이미 최강희 대신 다른 감독을 물색해봤어야죠.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집과 편견이 나쁜 건 능력이 모자랄 때지 능력이 우수하다면 그게 좋게 작용하기도 한단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집, 편견이라고 부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인데, 반대로 그 대다수가 틀렸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축구 감독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말인데, 히딩크도 성적을 내기 전에는 비슷한 비난을 받았으나 월드컵 4강 이후엔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의 상징이 되었잖아요. 

제가 물리를 좋아하니까, 물리학자 중에서 예를 들어보면,

아인슈타인은 아마 편견으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중 하나일 겁니다. 

양자역학이 등장할 무렵,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자연의 질서가 확률에 의해서 결정될리 없다라는 믿음)라고 말하며 보어와 그 유명한 논쟁을 벌여서 초기 양자역학의 개념들이 자리잡는데에 크게 공헌했죠. 그 위대한 물리학자가 사사건건 이론에 대해 딴지를 거니, 그거 돌파하다보니 이론의 기본적 개념이 정립되어버렸습니다. 

두번째로는 우주상수와 관련된 건데,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모델을 풀었는데, 우주가 확장하거나 정적이거나 축소되는 해를 얻었습니다. 근데 우주상수를 도입하지 않으면 우주가 확장해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거죠. 아인슈타인에게 우주가 확장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에(즉, 그의 편견에 따라서) 우주상수를 도입해서 정적인 우주가 나오도록 방정식을 조정했습니다. 

나중에 허블이 우주가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해서, 아인슈타인은 그 실수를 인정하게 됩니다. (홍명보도 이번에 월드컵이 조별 예선 탈락으로 끝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겠죠.)

그러나 그 실수로 도입했던 우주상수가 다른 여러가지 모델을 설명할 때는 너무나 유용하게 쓰이고, 실제로 우주 초기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상수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죠. 

다만, 과학에서야 한 과학자가 편견에 치우쳐서 한 주장을 하더라도 시비 여부를 가리기 쉽고, 그 사람의 편견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해를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유의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