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파크

스카우트 보다 보니 생각난건데, 인간은 자기 기억 중 일부를 지우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은 더더욱이요.

물론 그 기억을 불러일으킬 촉매역할을 하는 소재가 나타나면 떠올리긴 합니다만 대개는 그렇지가 않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울만큼 잘못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구요.

술먹고 필름이 끊기는 경험이 시작된지는 몇년 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필름이 끊기더라구요.

뭐 생화학적으로 따지자면 알콜이 뇌세포를 어쩌고 저쩌고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뇌가 고도로 발달해있음을 감안하면 아마 술먹고 했던 일과 말이 거의 다 저장되어 있을 거에요.

물론 그걸 꺼내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죠.

술먹고 헛소리 하고 헛지랄 하는 것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이 또 어딨을까요? ㅎㅎ

제 아무리 취했더라도 분명히 자기 자신의 의식과 잠재의식이 발현되어 했던 일일 거에요.

내가 지지했던 혹은 지지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단순히 자기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쳐넣고, 심지어는 죽이기 까지 했던 부분은 그 지지자들의 기억에는 사라져있을 겁니다.

우리의 기억에는 독재자 박정희가 존재하지만 그들의 기억에는 성군 박정희가 존재하는 거지요.

인간은 모두가 기억하고 싶은 면만을 기억하고 삽니다.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론이에요.

어떻게 글을 쓰다보니 박정희 지지자들을 죄다 알콜성 치매환자로 만들어 놓긴 했는데,

그들을 낮추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인간 본성의 발현 정도로 이해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스카우트에서 임창정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구타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에서 영감을 얻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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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술 먹고 한 일을 기억 못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