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8일째.

이때쯤 되니 여행에 대해 아주아주 중요한 교훈 하나를 크게 깨닫게 된다. 바로,


놀러다니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카메라 필터에 뭔가 묻은 걸 이때는 몰랐다.

고로 이날 찍은 사진은 몽땅 이물질이 낀 데다 온통 어두침침-_-;;;;;;;




오늘도 그렇게 실속 있진 않으나 보기만으론 그래도 럭셔리한 아침으로 일과를 시작.




손님 몇 없이 평화롭던 식당에 일진 광풍이 몰아치더니만 꽃병을 밀어 넘어뜨리고,

꽃병이 넘어지면서 진열해 놓은 물컵을 덮쳐 급기야는 바닥에 쨍그랑~~~




아침 시간은 썰물 때. 그래서 전날만 해도 보트가 오가던 길에 모래만 가득하다.


이날의 원래 일정은 소나무 섬에서 메리디앙이 위치한 오로 만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해변인 쿠토 및 카누메라 만에 놀러 가는 것.



(퍼옴)

메리디앙 호텔이 위치한 오로만과 정 반대편에 위치한 해변이다.




(퍼옴2)

뭐 대략 이렇게 생긴 아름다운 곳이지만,

8일째 보고 있으니 다 거기서 거기 같기도-_-;;


결정적으로 마나님의 체력이 거의 소진되어 어디 먼데 다녀오기도 귀찮아졌다고.

'내가 여기 쉬러 왔지,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돌아다니러 왔나~~~'

하는 한 마디에 모든 일정을 취소, 이날은 호텔 앞 해변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기로 급결정.




엽서를 보아하니 며칠 전에 이미 다녀왔던 Drehu 섬 해변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간접경험으로라도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을 퉁~.ㅋ




그리하여 호텔 옆 풀장 뒤편에 있는 침상에 까라져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기로...




목마른 갈매기는 이렇게 풀장 물을 들이키고...




놀면 뭐하나.

기운차게 카약 노를 휘저으며 앞으로 나가본다.




일차 목표는 전방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모래밭.

카메라를 목에 걸고 노를 젓는게 조금 불안하긴 하다.




근데 한참을 가도 아직도 그대로-_-;;;;;;;;




나름 열심히, 한참 왔지만

수심은 여전히 무릎 정도???




제법 가까워졌다.

여러 빛깔로 얼룩진 바닷물 중 저 먼쪽 코발트빛이 가장 깊다. 대충 한 길 남짓?

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저 앞에 보이는 모래밭은 실은 이곳과는 또다른 섬의 일부.

내친 김에 섬까지 한바퀴 돌아보자.




작은 무인도를 돌아 얕은 바다를 지나 해변에서 보기에 저어~~ 멀리 보이던 고깃배(?)까지 눈앞에 왔지만,

막상 저 근처까지 가니 보트에 부딪히는 파도의 무게감이 해변과는 넘사벽으로 ㄷㄷㄷ




원래는 고깃배 뒤쪽 저 바위까지 돌아오려 했는데,

혹시 보트라도 뒤집히면 이번 여행을 위해 장만한 카메라가 사망하시게 되므로...




부랴부랴 원위치-_-;;;ㅋ




헥헥.

진심 올림픽에서 노젓는 근육덩이들은 인간이 아니다. 오우거-_-




지도상으로 3km나 될까말까 한 거리를 노저어 다녀왔을 뿐인데.

다녀와보니 한 시간이 넘게 흘러 있었다-_-;;;;;;;;;




어느덧 밀물이 제법 들어찬 해변.




겁없는 양넘들은 저 불안정하게 생긴 카누를 끌고 꽤나 깊은 곳까지 잘도 다닌다.







엄마와 어린이도 카누가 땡겼는지 둘이서 뒤뚱뒤뚱~~




다시 심심해진 아빠는 처음 사본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것저것 눌러본다.




ART 메뉴에 있는 옵션들인데...













에이... 이것저것 찍어봐도 맘에 드는 게 없네그려.

역시 할줄도 모르는 거 괜히 이상하게 힘주지 말고

그냥 보통 메뉴로 찍어야겠다-_-;;;




이날의 점심은 한 번 더 쿠니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



지난 번엔 바닷물 위로 첨벙거리며 걸어갔지만 이번엔 2인용 각획선을 어린이와 함께.

지난 번에도 언급한 적 있는 쿠니 레스토랑 기억 하시는지?




이런 거 팔던 식당.

하지만 이날까지 가재요리를 주문하면 3일 연속 가재요리로 점심이라는 엽기적인 메뉴 구성이 되기에 이번엔 자제하기로한다.




언제나처럼 주인 마담께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저 과장된 수염의 영감님은 치바우 문화원에서 봤던 것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




이날 예약해둔 메뉴는 두 가지.

하나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부드러운 흰살생선구이,




이름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생선요리 예약을 받으면 당일 아침에 바다에서 잡아오는데 뭐가 잡힐지 뉘 알리오......

구이에 쓴 새콤한 소스는 취향을 탈 수 있으나, 부드러운 생선의 식감에 불만을 표할 변태는 없을 듯.


두번째로 나온 건, 저 위 가재요리와 더불어 이곳의 또하나의 명물요리,

짜잔~~~




에스까르고라 부르는 왕달팽이 요리~~




보통 호텔 뷔페에서 나오는 달팽이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사이즈를 자랑하는 녀석을 한입에 우적우적 씹어먹는 호사를 누려본다.

사실 메리디앙 호텔 내 식당에서도 왕달팽이 요리를 취급하지만 해도 너무한 가격(3600XPF/6마리)을 받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왕달팽이 맛을 보려면 이곳 (3000XPF/12마리) 또는 메리디앙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regis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엄마아빠가 별식을 즐기는 사이 허구헌날 닭고기만 뜯는 우리 어린이는 누가 원숭이띠 아니랠까봐-_-;;;




우리가 달팽이를 뜯는 사이 동네 개구쟁이들이 우리가 타고온 각획선을 점령해버렸다.




짜식들, 불어 유창하게 잘하더만-_-;;;

느긋한 동네에 오니 우리도 느긋해져 배에서 내려오라는 말도 안하고 잠시 놀아준다.




이제 우리 숙소로 복귀할 시간.

나름 뽀쓰 풍기며 카누를 모는 마나님.




엇, 열심히 발을 동동 굴러 해변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마나님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오후 들어 부쩍 심해진 바닷바람에 떠내려간 듯.

어린이는 '아빠, 엄마 꼭 구해와야 해~~'를 외치며 자기는 배에서 폴짝 뛰어내려 도망간다. 불효막심한 시키-_-;;ㅋ




갑자기 거세진 바람에 밑도끝도 없이 밀려 꽤나 깊은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마나님을

용감한 남편이 멋지게 구출~ㅋ




부랴부랴 각획선으로 옮겨타고 카누는 대충 질질 끌고 복귀.




남은 오후는 거의 침상에서 거의 부동자세로 빈둥빈둥.




남다른 뽀쓰를 풍기며 카누를 젓는 누님을 기리기 위하여 한 방 찰칵.

간만에 별거 없이 편안히 보낸 여행 8일째,

막바지에 이른 올림픽을 시청하며 하루를 마무리.

아래 사진은 네티즌님들에 의해 졸지에 야동 주인공으로 거듭나버린 남자 다이빙 선수 포즈를 흉내내본 것.




이제 남은 일정은 단 하루이자 진짜진짜 하일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