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나이츠(이하 SK)는 23일 서울 잠실학생 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이하 삼성)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수비와 애런 헤인즈(27득점) 김선형(15득점 8도움)의 활약을 앞세워 81-60으로 이겼다. 시즌 28번째 승리(7패)를 올린 SK는 작년 11월 2일 전주 KCC 이지스 전 승리를 시작으로 홈 경기 13연승을 기록하며 이 부분 프로농구 신기록을 작성했다.(종전 기록은 2006년 울산 모비스 피버스가 세운 12연승) 반면 삼성은 또 다시 저득점에 울며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 1쿼터에 3점슛 4개를 성공 시킨 삼성

 경기 초반 분위기는 팽팽했다. 삼성은 이규섭과 박병우가 연속 3점슛을 넣었고 SK는 김선형의 중거리 슛과 코트니 심스의 득점, 변기훈의 3점슛으로 맞섰다.

 9-8로 근소하게 앞서가던 SK는 애런 헤인즈와 김민수, 권용운을 투입했고 수비를 대인 방어에서 지역 방어(드롭존)로 바꿨다. 삼성은 SK의 수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사이 SK는 김선형과 헤인즈가 연속 득점을 올리며 1쿼터 7분 45초에 15-10으로 달아났다.

 1쿼터 마무리는 삼성이 좋았다. 작전 시간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삼성은 SK의 계속 되는 드롭존을 맞아 이규섭이 3점슛을 성공 시켰다. 그러자 SK는 헤인즈를 빼고 심스를 투입한 후 수비를 대인 방어로 바꿨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SK의 수비 변화를 비웃듯 바로 이정석의 3점슛이 터지면서 경기를 역전(16-15) 시켰다. SK는 김민수의 패스를 심스가 공중에서 받아 득점으로 연결 시키며 17-16으로 다시 앞선채 1쿼터를 끝냈다.

◆ 2쿼터 적절한 수비 변화로 승기를 잡은 SK

 2쿼터 초반 분위기는 SK가 주도했다. 권용운의 돌파에 이은 패스 아웃-> 최부경의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SK는 수비에서 장기인 드롭존을 선보였다. 삼성은 SK의 드롭존을 맞아 외곽 찬스를 만들어 내며 연속 3개의 3점슛을 던졌지만 모두 림을 돌아 나왔다. 그 사이 SK는 김선형이 돌파를 통해 득점을 올리며 2쿼터 2분 10초에 23-16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점수차가 벌어지자 작전 시간을 요청 한후 변화를 시도했다. SK의 드롭존을 공략하기 위해 노련한 포인트가드 김승현을 투입했고 수비를 대인 방어에서 지역 방어로 바꿨다. 하지만 SK의 대응이 한 수 위였다. SK는 삼성이 들고 온 '존 어택'을 비웃 듯 수비를 드롭존에서 대인 방어로 바꿨다. 공격에서는 속공, 최부경의 골밑 득점 및 피딩, 헤인즈의 중거리슛으로 삼성의 지역 방어를 완벽히 격파했다. 2쿼터 4분 48초에 SK는 31-19로 앞서 나갔다.

 2쿼터 후반에는 접전이 펼쳐졌다. 삼성은 이시준, 유성호, 오다티 블랭슨을 투입했고 수비를 대인 방어로 바꿨다. 그러자 SK의 공격 성공률이 떨어졌다. 그 사이 삼성은 블랭슨의 A패스를 받은 유성호의 득점, 이시준의 스틸에 이은 속공 마무리, 박병우의 돌파에 이은 득점으로 추격했다. 막판에는 SK 변기훈이 속공 상황에서 3점슛을 성공 시키자 삼성 대리언 타운스가 버저 비터 3점슛으로 대항했다. 이렇게 진행된 2쿼터는 SK가 39-30으로 앞선채 끝났다.

◆ 3쿼터 SK의 강력한 대인 방어와 삼성 블랭슨의 분전

 3쿼터 초반도 접전이었다. SK는 드롭존으로 삼성의 연속 턴오버를 유도해냈고 김선형의 킥아웃 패스를 받은 김민수가 3점슛을 넣었다. 삼성은 연속 턴오버 이후 SK 드롭존에 적응을 하면서 외곽 찬스를 잘 만들었지만 슛 성공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연속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이동준이 중거리슛을 성공 시키며 후반 포문을 열었다. SK 최부경이 돌파에 이은 득점을 올리자 삼성 이규섭은 3점슛을 성공 시켰다. 김선형의 룸서비스를 받은 헤인즈의 득점으로 SK가 달아나면 삼성은 타운스와 이동준의 하이-로 게임에 의한 득점으로 따라왔다.

 SK는 47-37로 앞서가던 3쿼터 3분 18초에 수비를 드롭존에서 대인 방어로 바꿨다. 이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 성공이었다. 수비를 바꾼 후 약 4분 동안 삼성에게 자유투에 의해 단 1점만 내준 것이다. 그 사이 SK는 김민수의 3점슛, 김선형의 중거리슛, 헤인즈의 자유투 득점, 심스의 골밑 공략으로 점수를 추가하며 3쿼터 6분 31초에 58-38, 20점차로 앞서 나갔다.

 3쿼터 후반에는 삼성이 힘을 냈고 그 중심에 블랭슨이 있었다. 행운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으로 팀의 숨통을 틔어준 블랭슨은 그 후 연거푸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슛을 넣었고 자유투를 얻었다. 블랭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SK 최부경을 상대로 포스트업에 의한 득점도 올렸다. 삼성은 블랭슨의 원맨쇼에 힘입어 46-60, 14점차로 추격한채 3쿼터를 마감했다.

◆ 스위치 맨투맨과 헤인즈의 맹활약으로 승부를 결정 지은 SK

 마지막 4쿼터의 초반도 팽팽하게 흘러갔다. 포문은 SK가 열었다. 김민수가 최부경과의 하이-로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자유투를 모두 성공 시킨 것이다. 삼성은 SK의 스위치 맨투맨 수비에 다소 고전했지만 잠시 쉬고 나온 이동준의 중거리슛으로 4쿼터 첫 득점을 신고했다. 4쿼터 1분 56초의 점수차는 3쿼터 끝날때와 똑같은 14점(SK 62-48 삼성)이었다.

 그 이후 SK가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수비에서는 신장과 기동력이 비슷한 4명의 선수(헤인즈-최부경-김민수-박상오)가 부담없이 바꿔막는 스위치 맨투맨이 맹위를 떨쳤다. SK의 이 수비에 막혀 삼성은 약 5분여의 시간 동안 단 2점밖에 못 넣는 극심한 공격 부진에 빠졌다. SK의 공격은 헤인즈가 이끌었다. 페인트존에서의 페이드 어웨이 슛으로 감을 조율한 헤인즈는 이후 중거리슛을 연속으로 성공시켰고 자유투에 의한 득점도 올렸다. 순식간에 10점을 넣은 것이다. 4쿼터 5분 5초에 SK는 72-50, 22점차로 앞서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 수비 변화와 공격 속도의 조화로 승리를 따낸 SK

 SK가 이긴 가장 큰 이유는 수비가 잘 됐기 때문이다. 쿼터별로 약 15점씩 60점만 허용할 정도로 수비가 잘 됐다.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1쿼터 중반과 2쿼터 초반에 지역 방어로 점수차를 벌렸다. 2쿼터 중반 이후에는 삼성의 '존 어택'을 비웃는 대인 방어로의 변화가 큰 효과를 봤다. 3쿼터는 지역 방어로 시작했지만 바로 대인 방어로 바꾸면서 점수차를 벌렸고 승부가 결정된 4쿼터 중반까지 유지했다. 드롭존은 여전히 강했고 190cm 후반의 장신 선수들이 마음껏 바꿔 막는 스위치 맨투맨도 아주 잘 통했다.

 공격에서는 속공-얼리 오펜스와 하프 코트 공격의 조화가 돋보였다. 강력한 수비로 삼성의 턴오버를 15개나 유도해냈고 이 중 상당수를 빠른 공격으로 연결 시켰다. 하프 코트 공격에서는 헤인즈의 1대1 상황에서의 중거리슛이 잘 들어갔고 김선형의 돌파와 심스의 높이를 활용하는 공격도 잘됐다. 확률높은 2점슛 위주의 공격이 잘 통한 것이다.

 이번 시즌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열세(1승 2패)였던 삼성과 균형을 맞춘 것도 큰 수확이다. 삼성과의 2-3라운드 대결에서는 타운스(2경기 평균 22득점 15리바운드)의 높이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연거푸 패했다. 하지만 이 날은 타운스를 단 6득점(야투 성공률 29%)로 완벽히 막아냈다. 심스를 데려와서 높이를 보강한 효과를 톡톡히 본것이다.

◆ 저 득점에 또 다시 운 삼성

 삼성은 60점밖에 넣지 못했다. 이런 득점으로는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SK의 지역 방어를 맞아 3점슛을 연거푸 성공 시키는 등 이 날 삼성은 9개의 3점슛을 넣었다. 성공률도 38%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점슛 성공률이 36%(15/42)로 형편없이 낮았다. SK의 적절한 수비 변화에 완전히 막혔다. 턴오버를 15개나 범한 반면 SK의 파울은 12개밖에 얻어내지 못했고 그로인해 자유투 시도가 단 5번 뿐이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6연패에 빠졌다. 현재 단독 9위로 8위 창원 LG 세이커스 와는 2경기 차. 최근 5경기에서 평균 57.2득점을 기록했다. 김승현과 황진원이 돌아 오면서 공격력 개선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득점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명가의 재건'은 불가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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