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바디우와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가 자크 라캉의 유산에 대해서 한 인터뷰를 책으로 낸 것인데요. 

100쪽가량밖에 안되는 소책자분량의 책이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라캉입문서가 될수있을것 같더군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이론 그자체에 대한 소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프랑스정신분석학계와 철학계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왜 라캉이 중요한지를 이해하는데에 아주 훌륭한 지침서가 될만 합니다. 

바디우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것도 보너스라고 할수있겠고요. 

번역도 좋은것 같고 역자가 공들여 쓴 각주들도 라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듯하더군요.  

다음은 스피노자 관련서들입니다. 

이수영씨가 쓴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란 책인데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해설한 입문서입니다. 

절반정도 읽어봤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피노자 더불어 <에티카>의 입문서로는 별로 좋지 않다라고 해야겠군요. 

문체자체는 가급적 쉽게 쓰려고 하긴 했지만 스피노자철학이해의 기초가 되는 근대철학에 대한 설명이 빈약합니다. 때문에 스피노자가 왜 그렇게 사고했는가를 이해하는데있어서 저자의 장황한 설명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같은 경우는 정의. 공리. 증명등으로 이루어진 특유의 기하학적 서술구조의 형식을 띄고있어서

입문하시는 분들이 처음 접근하기에 대단히 어렵게 되어있죠.(하긴 처음부터 읽기 쉬운 철학책란게 원래 찾아보기 힘들긴 합니다만 ㅎㅎ)

하지만 최초의 그 단단한 껍질을 깨면 스피노자처럼 매혹적인 텍스트가 또 없는게 사실이죠. 때문에 스피노자철학에 입문하고픈 분한테

바로 <에티카>를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대신 당시 지적 역사적 상황과 조건을 이해할수있는 철학사책을 권해드리는 편이죠. 

그러나 문제는 그런다고 <에티카>를 이해하는데 딱히 도움이 안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티카>를 상세히 논한 책들을 읽어야만하는데 예컨대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같은 책들은 비록 스피노자철학의

뛰어난 해설서이긴 합니다만 들뢰즈의 책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읽기가 만만한 책이 아니죠.  

해서 대신 제가 권해드리고픈 책이 있다면 바로 박삼열씨가 쓴 <스피노자의 윤리학 연구>입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일단 서술의 평이함입니다.

일단 읽어서 쉽게 이해하는게 중요한 입문서로서의 장점을 잘 살렸습니다. 더불어 스피노자철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데카르트철학과의 관계속에서

설명함으로써 스피노자의 범신론이나 심신평행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에티카>해석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들도 소개하는데

불필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스피노자철학의 쟁점들을 이해하기 위한 내용들이라고 볼수있습니다. 

다음으로 본 책은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입니다. 철학이나 학술적 성격의 책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현상태에 대한 지젝의 진단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수있는 내용입니다. 지젝의 정치관이나 사상에 대해서 접해보지 않으시는 분들이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내용입니다. 다만 이미 그의 저서를 여러번 본 저같은 독자들에게는 굳이 또 사서 볼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다라고 해야겠네요. 앞서 말한 것처럼 현단계의 

자본주의에 대한 지젝의 진단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만 이것을 위해서라면 이 책보다는 앞서나왔던 다른 책 예컨대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랄지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를 읽는게 더 낫다고 봅니다.  지젝이 7월달에 경희대에서 강의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경희대 다니시는 분들은 꼭한번 강의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시간나면 도강?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ㅎㅎ

다음으로 역시 생물학책이라고 할수있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입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소위 사회생물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해서 생물학계내에서 큰 논란을 야기했던 학자죠. 제자들에게 컨퍼런스중 물세례를 받는등 험한 일도 겪기도 했다더군요.  이는 상당부분 윌슨의 논점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할수있습니다만 스티븐 제이굴드나 르원틴등으로 대표되는 진영과의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봐서는 그의 생물학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517141831&section=03 이글을 참조하세요) 진화론 아울러 생물학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에 기인합니다만 그런 그 역시도 생물학은 더 많은 분과학으로 세분화 되는 방향보다는 통합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내용을 다룬 책입니다. 책 제목인 통섭consilience가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앞서 언급한 프리초프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과 비교해서 보면 그 세부나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계론적 통합적 사고를 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봐야죠. 이 두책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