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이 생각하는 데모의 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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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는 이제까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비춰져 왔습니다. 혁명당파 안에는 폭력혁명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데모가 과격하게 되고 소란스러운 상태가 일어나는 것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사람들이 데모에 오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과격한 데모에 반대하는 당파가 있는데, 그들도 데모를 수단으로서 본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데모를 다음 선거에서 표를 획득하는 수단으로서 봅니다. 그러므로 데모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의회가 중심입니다. 최근까지 일본에 데모가 없었던 원인 중 하나는 이상의 두가지 태도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데모는 그저 수단이 아닙니다 나는 데모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칸트는 도덕법칙을 "타자를 그저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목적으로서 다루어라"라는 명령에 집약시켰습니다. 이것을 흉내내어 말하자면, 우리는 데모를 그저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목적으로서 보아야합니다. 즉 데모는 현실적으로 무언가의 '수단'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반원전을 위한 수단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데모 자체는 동시에 '목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합니다.
왜 사람들이 어셈블리(집회)에 오는 것일까요. 의회정치가 가능부전이기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셈블리는 그저 의회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표제민주주의와는 다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개시하는 것입니다. 루소는 대표제의회에서 인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노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민은 어셈블리(집회)에서만 주권자로서 행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어셈블리를 오히려 데모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민의 어셈블리는 어느 시대에서나 지배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여있는 시민을 괴롭히기 위해 항상 배려, 반대, 방해. 감언을 아끼지 않았다"(루소 <사회계약론>) 실제 일본에서 데모에 나가는 사람은 그것을 실감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주권자인 사회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데모에 의해 가능합니다. 내가 '데모를 하는 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사회입니다. " (가라타니 고진 <자연과 인간> 217~218쪽)
고진의 말쳐럼 데모는 그자체로 대의제민주주의를 초과해서 민주주의 그자체를 개시하는 근원이요 원천입니다. 인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념은 바로 여기에 기초해 있다고 봐야죠. 이에 기초하지 않은 정치권력 혹은 대의제민주주의는 이 '개시'로서의 민주주의를 왜곡, 변질시키는 세력일 따름입니다. 때문에 데모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 인민의 의지는 의회에서 표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당위를 가진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조항의 효력은 법관들이 유지시켜주는게 아닙니다. 바로 지금 촛불을 들고있는 여러분들에 의해서 유효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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