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외설악의 

밤

하늘 높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은

하얗게

파랗게

노랗게

빨갛게

까맣게

흐르는

계곡물 깊이 아른거린다

남대천을 휘돌아

눈꽃 핀 

오색나무 키 큰 손끝에 흐르는 바람 속으로

별똥별 하나

새로운 꿈처럼 오색이다 

북극 바다 멀리 사는 연어야. 너의 기쁨도

오색일까.

짜고

쓰고

시고

맵고

달콤한

달빛

한 모금

또 

한 모금

.

새까만 하늘에 달을 본다면 그것은 더이상 물체가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뚫린 구멍임에 틀림없다. 내가 언젠가 탈출할 그런 구멍 말이다. 그런데 갈수록 그런 밤이 사라진다. 이제 하늘에 뚫린 달구멍을 찾아 우주로 탈출할날은 아주 드물어졌다. 광주에서 5년 전 보고 그 이후 한번도 보질 못했으니 난 분명 그 날 탈출을 했어야 했다. 아쉽다. 나의 그날.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를 사들고 가던 날. 그 날 나는 분명 이곳을 탈출했어야 했다. 그 구멍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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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찬 그들은 섬기는 신 앞에 무릎 꿇고. 

신과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둘 곳 찾지 못한 늑대 소년은. 자신이 숭배하는 달과 눈 마주친다. 

그 언젠가 달에 나의 한 줌 온기 닿기를 희망하며. 

어째서 달은 절절한 빛으로 밤을 따스해 밝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나 

어째서 달은 서서히 피어오르는 지난날을 함께한 얼굴이고. 

고독히 우는 풀벌레 소리 선명한 밤. 수시로 자신의 몸짓 바꾸어서 인식되길 바라는 서글픈 존재여야만 하는가. 

왜 달아오른 해는 단지. 사람과 삶을 발가벗겨지도록 비추고. 모든 숨 쉬는 존재의 자양분이면 안 되는가. 

왜 반드시 자신을 강렬히 태우고 끊임없이 태워야만 자기를 확인할 수 있는. 

아무도 다가설 수 없는 뜨거움에 자기를 고립시키는 쓸쓸한 빛이어야만 할까. 

무시로 뜨고 지는 해와 달. 그것은 왜 나의 과거이고. 그리고 너여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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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밤을 좋아하십니까.

하늘 깊숙히 앉아 우리를 내려다 보는 달을 진정으로 좋아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