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확대해 보자면, 지구는 엔트로피를 열로 우주에 방출함으로써 정상성을 유지하는 개방계이다. 태양광에서 고온열을 받아들여 저온열을 우주에 방출하는데, 이때 대기의 순환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구라는 시스템 아래에 생명계가 있다. 이 역시 열엔트로피를 대기에 방출함으로써 유지되는 정상개방계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 인간사회가 존재한다. 고진은 이러한 계층구조에서 인간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설을 의심하는 이유인데, 역사적으로 지구 대기의 온도 변화는 주로 태양활동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과다 배출해낸 이산화탄소에 의해서 지구 전체의 환경 변화가 초래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 갖고 있는 거라면 원자폭탄이든 원전사고이든 원자력에 의해서 지구를 황폐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정도다.

고진은 지구온난화설의 대두가 환경론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것은 자본주의의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함으로써 자본-국가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용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여파로 1980년대에 고조되었던 반전운동이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고진이 보기에 그것은 ‘자본-국가에 대한 대항운동의 총체적인 패배’의 결과이다."

요약하자면 지구온난화설은 환경론에서의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같은 경우라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가 금융자본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한 이데올로기였다면 지구온난화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식을 통해 석유나 천연가스의 사용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또다른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시각이죠. 저도 지구온난화설과 관련된 미심쩍은 구석들을 생각해보면 상당부분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시각이라고 할수있겠네요. 

참 그리고 이 책 <자연과 인간>은 원래 일본에서 발간된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라는 책의 일부중 <세계사의 구조>와 관련된 대담부분을 빼고 <세계사의 구조>에서 부족했던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를 위주로 발췌해서 낸 책입니다. 원래 일본어본으로는 없는 책인 셈인데 한국어본으로만 특별히 출간한 책이더군요. 본격적인 <세계사의 구조>에 대한 대담인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라는 책도 나중에 따로 출간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