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차분하니 괜찮습니다

음악도 무척 좋고요

최근 본 영화중에서는 음악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극중 더스틴 호프먼이나 엠마 톰슨이 겪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의 많은 부분이 결국 자존감과 관계있는것 같더라구요

하비는 뉴욕의 광고음악회사에서 일하는 작곡가인데, 젊은 애들에게 치이고 회사 간부들에게 치이면서 살짝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런던에서 열리는 딸의 결혼식에 와보니 다들 잘나가는 금융가들입니다. 전처와 딸의 새 아버지조차 당당하고 품위?있습니다

하비는 초라하고 맥아리 없이 주절주절대기만 하죠 

딸이 결혼식엔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새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겠다고 하자 자존감은 그냥말로 바닥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딸의 결혼식 피로연 참석도 안하고 급히 뉴욕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교통체증때문에 비행기를 놓치고 중요한 계약에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하비를 해고하죠 

딸에게 소외되고 회사에서 짤리고 의기소침한 하비가 공항 식당에서 엠마 톰슨을 만나죠

엠마 톰슨은 공항에서 설문조사 요원으로 일하는 중인데 많은 승객들이 설문 조사를 생까고 지나가버리죠

하비 역시 런던에 도착했을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엠마 톰슨의 설문조사를 거절한 적이 있었죠

엠마 톰슨은 그런 일들이 너무 익숙해서 별 감정이 없습니다. 

식사중이던 엠마 톰슨과 하비는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사실 엠마 톰슨도 소외감에 시달리는 중이었거든요. 아버지는 여비서와 바람이 나서 떠나버리고 충격 받은 엄마는 나이 먹은 딸에게 걸핏하면 전화해서 간섭합니다. 소개팅 나간 자리에서는 소개팅 남이 친구들을 만나서 그들과의 대화에 빠지자 역시 밀려나죠. 책읽는걸 좋아하고 틈틈히 문학강좌에서 수업을 듣습니다만,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 정서를 지닌 사람은 찾기 어려웠죠

하비의 초라한 모습은 그가 재즈음악가가 되려는 꿈을 포기하고 광고음악에 안주했을때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르죠

런던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마음이 잘 통하고, 엠마 톰슨의 권유로 딸의 피로연에 지각참석합니다.

거기서 하비는 당당하게 새 아버지 대신 아버지로서 멋진 연설을 해서 자존감을 살짝 회복합니다. 

그래서 소외됐던 결혼식과는 다르게 피로연에서는 즐겁게 춤을 즐기죠

그러나 엠마 톰슨은 또다시 소외감을 느끼고 피로연장을 몰래 빠져나갑니다. 그런 엠마 톰슨을 발견한 하비는 멋진 재즈 음악으로 위로합니다.

하비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다음날 만남을 약속하지만, 엠마 톰슨은 상처받는게 두렵습니다. 둘이 나이 차이도 있고 그동안 누구에서도 받지 

못했던 동질감을 느끼긴 했으나 과연 이 인연이 제대로 이어질지는 알수 없으니까요. 역시나 하비는 호텔로 돌아온 후 심장부정맥으로 쓰러지고

하비를 기다리던 엠마 톰슨은 또다시 소외감을 느끼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퇴원한 하비가 엠마 톰슨의 문학강좌로 찾아가서 화해하고 엠마 톰슨이 구두를 벗어 키를 낮추어 나란히 걸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회사에서 밀려나고 일에서 밀려나고 익숙하던 사람들이 어느날 다른 세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누구와 이야기를 나눠도 관심사 때문인지 뭔가 서먹하고 ...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소외감을 참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