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蔭德)

고려시대에 있었고 조선시대 때도 잠시 있기도 했던 정부 관리 채용 법이죠.

고위 관리의 친인척에게 아무 조건 없이 하급 관리직을 주는 관리 임명 제도인데요.

달리 음서(蔭敍)나 음직(蔭職) 등이라고도 합니다.

현대의 속된 표현으로 하자면 낙하산 인사죠.

대체로 과거시험과 같은 관리 등용 체계가 갖줘지기 전 문벌귀족의 영향력이 강하거나

또는 그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시행됐던 제도인데요. 

중국 역사에는 춘추전국시대 이래의 향거리선제나 위나라 때의 구품관인법 등과 유사합니다. 

흔히 조상의 음덕이다라고 쓰이는 표현이 여기서 유래했죠.

강원랜드 청탁비리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강원랜드 채용 인원 518명 중 518명이, 즉 100%가 전부 청탁 비리에 의한 채용이라고 하네요.

더 재밌는 것은 현재 밝혀진 청탁 건수는 625건이었다는 겁니다.

즉 빽대빽 경쟁에서 밀린 청탁자만도 100여명 가까이 된다는 건데요.

강원랜드 채용은 그야말로 빽들의 경연장, 빽들의 대전쟁이었던 거죠.

625 / 518 ... 참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날짜들과 겹치는 숫자라 외우기도 쉽네요.

흔히 군대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빽 이야기인데요.

누구 당번병은 사단장 빽이라느니, 육본에 있는 누구는 국회의원 빽이라느니, 누구 운전병은 기무사 빽이라느니 등등..

특히 기무사 빽이 센 것 같더라고요.ㅋ

염동렬 권성동 말고도 다섯명의 자한당 의원들께서 빽질을 하셨나 보던데..

한선교, 김한표, 김기선 등이 각각 1명씩 청탁 했고

또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이이재가 11명, 이강후가 1명씩 청탁 했다네요

특히 염동렬 의원은 46명 청탁 했다고 ㄷㄷ

강원랜드 채용 당시 약 6천여 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 625명 외에는 실제로 경쟁에도 끼지 못했다는 거죠.

빽 든 625명끼리 경쟁해서 그 중에 더 큰 빽을 든 518명이 채용됐었던 겁니다.

나머지 5천 몇 백 명은 차비 등등 자기 돈 들여서 형식 상의 채용전형에 들러리를 선 거죠.   

그야말로 현대판 대 음덕 사건인데, 고려 후기가 망한 이유 중 하나가 저 음덕으로 인한 공직의 부패이기도 합니다.

문벌귀족들끼리 돌려먹다 못해 매관매직까지 활개를 쳤거든요.

위에 비쳐보면 참 이 나라가 망하지 않고 아직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 싶습니다.

625 / 518..

어쨌든 사돈의 8촌까지 뒤져봐도 조상의 음덕이라곤 받을 곳이 없는 입장에서  배알이 뒤틀려서 하는 넋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