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겸] 제사의 기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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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제사들 지내시느라 고생들 많이 하셨죠?
후기자본주의단계에 있다는 한국사회에서도 아직 이 제사라는 전통은 이어져 오고있는데 정작 이 제사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거 같아서 몇자 적어봅니다. 제 말하는 접근법이 전부를 설명할순 없겠지만 일부는 이야기해준다고 봅니다.
최근 흥미롭게 읽고있는 책 중에서 <세계사의 구조>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교환양식의 변화가 어떻게 세계사의 변화를 가져왔나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예견하는 책입니다.
세계사의 변화과정을 교환양식A, 교환양식B, 교환양식C, 교환양식D의 변화를 통해서 설명하고있는데 생산양식이라는 하부구조와
국가와 같은 상부구조간의 관계를 통한 역사 즉 사적유물론을 개진했던 맑스의 설명방식을 한편으로 계승하면서도
생산(노동)에서 교환으로 강조점을 이동함으로써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주는것도 사실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글도 한번 써보도록하구요.
지금은 제사 혹은 차례와 관련된 부분만 간략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례나 제사는 조상을 모시는 풍습이죠. 이는 농경사회 혹은 씨족사회의 풍습이 유교적 전통과 결합되면서
민족의 전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만 조상(신)숭배라는 관념은 한국에만 있는 풍습은 아닙니다.
조상 다시말해 사자死者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은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모든 대상에 영靈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과 관련됩니다.
그런데 이 애니미즘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시기는 정주사회가 확립된 이후입니다. 정주사회이전의 수렵채집사회에서는 가령 농경에 필요한
비를 위해 기우제같은 제의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수렵채집사회는 기본적으로 이동이 가능하기에 비를 한 곳에서 기다리기보다는
물이나 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되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한 곳에 머물러 경제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정주사회에서는 기우제와 같은 제의와 주술이 필요로 했고 또 조상 다시말해 죽은자와 같이 머물러야만하는(예컨대 매장등의 형식으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때에도 역시 필요한게 주술이고 또 주술사였죠. 그렇다면 주술이란 무엇일까요. 주술이란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자연 내지 인간을 증여(공회)로 지배하고 조작하려는" 행동입니다. 주술사 혹은 제사장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회는 자연에 깃들어 있는 영靈에게 일종의 증여를 제공함으로써 부채를 갚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유대인들이 농작물을 수확할 때 양을 번제로 바치거나 마야인들이 인신공양을 했던 것도 넓은 의미에서보면 이와같은 공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아니마anima에게 증여를 제공한다고하는 주술과정을 통해야 편익을 취하고자 하는 대상속에 깃들어있다고 여겨지는 아니마를 제거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애초에 왜 고대인들은 인간을 비롯한 자연적 대상 모두에 아니마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증여행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마르셀 모스는 마오리족이 증여된 물건에 깃들어있다고 생각한 일종의 주술적 힘인 '하우'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원시사회에서 증여가 단지 이타적 행위로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여와 그에 대한 보답이 보편적 의무나 경제행위로 또는 종교로 기능하였는데 그것을 가능케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하우라는 주술적 힘에 주목한 것이지요.
증여가 가진 이러한 힘은 수렵채집에 기반한 유동적 밴드사회가 정주에 기반한 씨족사회로 확대되고 정착되면서 공동체를 결속하기위한 수단으로 더욱더 필요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증여와 그에 따른 교환의 의무가 커짐에 따라 주술과 애니미즘과 같은 종교적 관념도 더욱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죠. 씨족사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죽은 자를 매장해야만하는 장례절차가 필요로 했고 또 그에 깃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아니마를 달래기 위한 주술이 필요로 했고 또 여러 가족공동체들이 모여서 씨족사회를 형성하고 또 결속하기 위해서는 그들 공통의 조상을 모시기 위한 일종의 제의 다시말해 제사가 필요로 했던 것이죠.
쓰고보니 좀 두서가 없는 설명이었습니다만 <세계사의 구조>의 제1부를 읽어보시면 이와같은 맥락의 설명을 읽어보실수있을 겁니다. 언급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요. 개인적으로 평가하건데 이 책이야말로 가라타니 고진이 노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써내고만 필생의 magnum opus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후기자본주의단계에 있다는 한국사회에서도 아직 이 제사라는 전통은 이어져 오고있는데 정작 이 제사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거 같아서 몇자 적어봅니다. 제 말하는 접근법이 전부를 설명할순 없겠지만 일부는 이야기해준다고 봅니다.
최근 흥미롭게 읽고있는 책 중에서 <세계사의 구조>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교환양식의 변화가 어떻게 세계사의 변화를 가져왔나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예견하는 책입니다.
세계사의 변화과정을 교환양식A, 교환양식B, 교환양식C, 교환양식D의 변화를 통해서 설명하고있는데 생산양식이라는 하부구조와
국가와 같은 상부구조간의 관계를 통한 역사 즉 사적유물론을 개진했던 맑스의 설명방식을 한편으로 계승하면서도
생산(노동)에서 교환으로 강조점을 이동함으로써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주는것도 사실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글도 한번 써보도록하구요.
지금은 제사 혹은 차례와 관련된 부분만 간략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례나 제사는 조상을 모시는 풍습이죠. 이는 농경사회 혹은 씨족사회의 풍습이 유교적 전통과 결합되면서
민족의 전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만 조상(신)숭배라는 관념은 한국에만 있는 풍습은 아닙니다.
조상 다시말해 사자死者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은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모든 대상에 영靈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과 관련됩니다.
그런데 이 애니미즘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시기는 정주사회가 확립된 이후입니다. 정주사회이전의 수렵채집사회에서는 가령 농경에 필요한
비를 위해 기우제같은 제의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수렵채집사회는 기본적으로 이동이 가능하기에 비를 한 곳에서 기다리기보다는
물이나 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되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한 곳에 머물러 경제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정주사회에서는 기우제와 같은 제의와 주술이 필요로 했고 또 조상 다시말해 죽은자와 같이 머물러야만하는(예컨대 매장등의 형식으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때에도 역시 필요한게 주술이고 또 주술사였죠. 그렇다면 주술이란 무엇일까요. 주술이란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자연 내지 인간을 증여(공회)로 지배하고 조작하려는" 행동입니다. 주술사 혹은 제사장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회는 자연에 깃들어 있는 영靈에게 일종의 증여를 제공함으로써 부채를 갚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유대인들이 농작물을 수확할 때 양을 번제로 바치거나 마야인들이 인신공양을 했던 것도 넓은 의미에서보면 이와같은 공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아니마anima에게 증여를 제공한다고하는 주술과정을 통해야 편익을 취하고자 하는 대상속에 깃들어있다고 여겨지는 아니마를 제거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애초에 왜 고대인들은 인간을 비롯한 자연적 대상 모두에 아니마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증여행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마르셀 모스는 마오리족이 증여된 물건에 깃들어있다고 생각한 일종의 주술적 힘인 '하우'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원시사회에서 증여가 단지 이타적 행위로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여와 그에 대한 보답이 보편적 의무나 경제행위로 또는 종교로 기능하였는데 그것을 가능케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하우라는 주술적 힘에 주목한 것이지요.
증여가 가진 이러한 힘은 수렵채집에 기반한 유동적 밴드사회가 정주에 기반한 씨족사회로 확대되고 정착되면서 공동체를 결속하기위한 수단으로 더욱더 필요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증여와 그에 따른 교환의 의무가 커짐에 따라 주술과 애니미즘과 같은 종교적 관념도 더욱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죠. 씨족사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죽은 자를 매장해야만하는 장례절차가 필요로 했고 또 그에 깃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아니마를 달래기 위한 주술이 필요로 했고 또 여러 가족공동체들이 모여서 씨족사회를 형성하고 또 결속하기 위해서는 그들 공통의 조상을 모시기 위한 일종의 제의 다시말해 제사가 필요로 했던 것이죠.
쓰고보니 좀 두서가 없는 설명이었습니다만 <세계사의 구조>의 제1부를 읽어보시면 이와같은 맥락의 설명을 읽어보실수있을 겁니다. 언급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요. 개인적으로 평가하건데 이 책이야말로 가라타니 고진이 노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써내고만 필생의 magnum opus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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