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민주주의라고하면 독재와 비교해서 대의제민주주의, 삼권분립, 등등 서구에서 그 형식이 마련된 제도를 머리에 떠올리고

의원내각제랄지, 삼권분립이랄지, 대통령제랄지 하는 것과 같은 것들은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대혁명, 미국의 대통령제등등이

자리잡으면서 자리잡게 된 것들이죠. 그런데 이런 제도들이 인민의 지배라고 하는 민주주의democracy라고 불리게 됩니다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런 정치체는 16~17세기에 정착한 유럽의 절대주의왕정에서 그 실질적 내용은 그대로 둔채

주권만을 부르주아로 대체한 국가의 정치 제도 그것에 불과합니다. 

홉스에 의하면 주권국가는 인민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전쟁상태에서 벋어나 각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연권을 주권자에게 양도,대리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보았죠. 주권자의 주권이나 권력 그리고 관료, 행정기구가 

인민의 권리를 대리한다라는 근대국가의 정치이념을 잘 보여주는 설명이죠.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당시 절대주의국가의 주권의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관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구조는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봐야합니다. 

주권자가 왕에서 선거에의한 선출권력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인민의 주권을 대리한다라는 기본 전제는 동일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인민의 주권을 대리 혹은 대표represent하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가진 고유한 특색이라기보다는 근대적 주권국가 혹은 국민국가가

태동한 이후 일반화된 일종의 과두제oligarchy에 불과한 정치체라고 봐야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두제는 미헬스가 이야기한것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관료들의 힘이 강화됨에 따라 참주정이나 독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죠.

따라서  민주주의의 원형은 이런 기만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적 제도에 있다라기보다는 고대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에서 찾아야 합니다. 

비록 한정된 구성원, 한정된 공동체 내에서만 이루어진 민주주의긴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를 

최초로 발명하고 실행했기에 그 정치체가 가능했던 조건과  형식이 어떤 것이었나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고대그리스민주주의가 가능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것처럼 

소위 폴리스(정치)와 오이코스(경제)가 분리되어있지 않고 통일되어있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은 대개 정치의 문제와 경제의 문제 다시말하면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은 서로 큰 상관이 없는 영역으로 간주되어 

정치적 변화가 있더라도 경제생활을 하는 사적영역은 큰 변화가 없는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죠. 

그러나 고대그리스때에는 이 분리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죠.  사적영역은 공적영역의 일부였고  
공적영역을 보다 잘 수행하기위한 영역의 일부로 기능했죠. 그만큼 공적영역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는 것인데 이런 배경들이 그리스의 민주정을
가능하게 했던 원인입니다. 민주주의는 참정권을 가진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이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분리없이 직접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죠.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이런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분리에 기초합니다. 왜냐하면 근대민주주의는 다름아닌 부르주아민주주의를위한
정치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부르주아민주주의는 구성원의 경제적 영역에서의 사적 자유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과 노동간의
자유로운 계약을 위해 도입된 것이죠. 그러나 이 자유는 맑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관계입니다. 자본과 임노동의 관계는
노동력을 자유롭게 팔수있다라는 의미인 동시에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롭다(free from)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런 관계는 자유로운 사적개인을 탄생시키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본에 종속된 임노동을 탄생시키죠. 산업자본은 공동체에 종속된 근대이전의 
신분제적 관계보다 자유로운 개인이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임금노동자를 탄생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를 위해 각종 봉건제적 규제를
철폐해왔던 것인데 사실 이런 자유주의적 개혁은 자유로운 개인을 탄생시켰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그 결과 자본에 종속된 개인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것이었죠. 부르주아민주주의는 결국 이런 역설적 관계를 이용해 탄생한 정치체라고 할수있는 것이죠.  

산업자본에의한 자본과 임노동이라는 관계는 평등한 관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본은 상품으로서 소비될수있는 임노동을 자유롭게 구매할수있지만
노동은 상품시장에 나오는순간 언제어느때 폐기되거나 외면될지 모르는 불안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자본은
노동력 상품을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또 그를 통해 잉여가치를 축적할수있었던 것이죠. 자본은 또한 그 속성상 이 잉여가치의 끊임없는 축적을 통해서만 존재할수있기에 자본주의가 존속하는한  자본-임노동관계는 지속될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리하면 부르주아민주주의는 결국 자본-임노동이라는 불평등한 오이코스 즉 사적관계를 위해 탄생한 정치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분제적, 혹은
공동체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는 진보였죠. 하지만 앞서말한 것처럼 노동력을 상품화시킴으로써 자본에 종속된
노동이라는 불평등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집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런 관계를 지탱하는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라고 할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완전한 민주주의는 어떤 정치체를 통해서 가능할까요.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장점은 수용하고 단점은 지양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측면은 존속시키되 자본-임노동이라는 불평등성을 제거하는 그럼으로써 사적 영역에서의 평등이 공적 영역에서의
평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체를 수립함으로써 가능할수있게 됩니다. 맑스가 <공산당선언>에서 이야기한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라는 말의 의미는
정확히 이것에 대응한다고 할수있죠.

그러나 이러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일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안고있습니다.
지금까지 몇몇국가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이룩하긴 하였습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세계혁명의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개별국가의 봉기에 그쳤다는 한계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혁명들은 불가피하게 
사회주의혁명에 불안감을 느끼는 주변국가들의 간섭과 방해에 시달리게 되죠. 러시아도 그랬고 쿠바도 그랬고 북한도 마찬가지고 기타등등입니다. 
베네주엘라도 마찬가지죠. 차베스가 정권을 잡자마자 불안감을 느낀 미국은 cia를 통해서 정권전복음모를 꾸몄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남미의 석유생산대국이었던 베네주엘라가 사회주의국가가 되면 그만큼 미국의 이익은 축소될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베네주엘라의 사회주의가
주변 남미국가의 사회주의화를 가속화시킬수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이때문에 차베스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 강력한 공권력을 사용하지
않을수 없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인권억압이랄지 독재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던 면이 차베스에게는 분명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결국 미국에 종속된 석유자본으로부터 베네주엘라의 빈민들을 구제하기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볼수있는 것이죠. 
차베스를 박정희와 같은 위치에서 평가할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죠. 박정희는 거꾸로 419혁명을 통해 수립된 민주정권을 자신의 정권욕을
채우기 위해 몰아내고 쿠테타를 일으킵니다. 그후 독재를 통한 장기집권에 성공하는데 그 과정에서의 한국경제의 성장은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의 편익이 되긴 하였습니다만 이러한 경제성장은 자신의 정권연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소위 독재라는 것이 늘 민주주의의 대립항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공동체 내부의 평등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적인 불평등한 관계는 극복대상이어야 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 국가권력을 통한 독재를 해야한다면
그 독재는 민주주의를 위한 독재일수있는 것이죠. (차베스정권이나 쿠바정권등은 아직까지는 이런 독재의 부류라고 봅니다. 반면 러시아나 중국 혹은 북한의 경우는 사회주의가 공산당을 통한 관료독재 혹은 유교적 왕조국가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더이상 노동계급을 위한 독재라고 할수없는 경우가 되겠죠.) 반면 특정 계급을 위해 사용되는 독재가 아니라 개인의 정권욕을 위해 사용되는 독재는 민주주의에 배반되는 독재라는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서구자유주의국가들에서처럼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채택했다고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가 될수없는 이유는 이미 앞서서
기술한 것과 같습니다. 

정리해보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선의 민주주의는 결국 독재를 통해서도(설령 그것이 프롤레타리아독재라고하더라도) 부르주아민주주의를 통해서고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위계적인  자본-임노동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안적 경제구조가 불가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권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국가권력은 특정시점에서는 다시 공동체구성원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사라져야만하는 요소임에 분명하죠.
아나키스트나 맑스가 국가는 사회주의혁명이 성공하면 소멸될 것이고 또 소멸되어야만 한다고 본 이유는 결국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현실사회주의는 특정한 주변부국가에서 제한적으로만 성공했기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독재를 채택할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사회주의의 변질을 초래했죠. 

때문에 사회주의혁명 혹은 어소시에이션은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이라는 형태 혹은 맑스가 1848년에 주장했던 것처럼 세계혁명으로서의 사회주의혁명이어아만 가능하다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고 저도 이런 주장에 상당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것의 현실성이라는 면에서보자면 상당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혹은 진보라는 것이 지금가지의 역사에 가능했었다면 이와같은 얼핏 비현실적으로보이는 칸트적 의미에서의 '규제적 이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곤란합니다. 당장은 비현실적이어 보여도 이런 이념들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는 점진적으로든 급진적으로든 변화해나가기 때문이죠. 이것이 우리에게 소위 정치사상이나 이념을 공부하고 학습해야되는 이유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