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목의 표현은 사실 저랑 친한 어떤 후배가 했던 말인데,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제목으로 함 써 봤어요.



우리는 살면서 '양비론'적인 뉘앙스가 담긴 글을 흔히 보곤 해요.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면 양비론적인 글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가 읽는 언론기사들 읽다가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심지어는 제가 스스로 쓰는 글 속에서도 이런 양비론이 녹아 있을 때가 많아요.

어느 한 쪽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 왠지 다른 한 쪽도 조금은 까주지 않으면 뭔가 한쪽으로만 쏠린 느낌의 글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랄까?

이 점은 비판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인지, 아니면 그렇게 해야하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인지 신문 기사를 보면 한 쪽만 신나게 까다가 다른 쪽도 살짝 까주는 문장을 한 두 줄 넣어놓은 기사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죠.



뭐.. 이 글에서 얘기하고픈 '양비론'은 그런 나름 애교 있는(?) 양비론에 대한 얘기는 아니구요.




양비론이 참 비열하다고 느껴지는 건,
의도적으로 양비론을 꺼내는 사람들의 의도가 참 비열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에요.

우연일지 몰라도 양비론으로 양쪽을 다 나쁘다고 하는 기사나 글들을 보면, 결국 그 양비론에 의해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싶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어느 공장에서 악덕기업의 횡포에 맞서 종업원들이 파업을 했다고 쳐요.

들여다보니 악덕기업의 고용주는 진짜 천인공로할 나쁜 놈이에요. 종업원들을 상대로 온갖 횡포를 다 부려서 나라도 걍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일하느니 참다 참다 폭발해서 파업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파업과정에서 상호간에 몸싸움이 있었고 - 바꿔말해 서로 폭력의 주고 받음이 있었고, 회사의 기물 파손이 일어났어요.



이 때 악덕기업을 옹호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양비론이죠.

기업도 잘못한 것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 기물 파손을 일으킨 종업원들도 똑같이 잘못을 저지른 나쁜넘이다.


어찌 보면 논리는 틀린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물타기이고, 결국 이로 인해 양쪽 다 같은 넘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면 사실 악덕 기업주 입장에서만 활짝 웃을 일이죠.



정확한 적용은 아닐 수 있겠지만 5년전에 일어난 용산대참사가 바로 이런 사례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용산에서 저항한 그 분들은 절대적인 사회적 약자였고,
보수언론은 폭력을 휘두른 그 분들도 잘못했다며 비난을 퍼부었었죠.




사회적 약자는 아니지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허물을 덮으려고 할 때에도,

전문 용어로 '쉴드'를 치려고 할 때에도 이런 양비론은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오늘 새벽인가요?

첼시의 아자르 선수가 볼보이의 옆구리를 가격한 사건에 대해 '쉴드'를 치는 사람들의 논리를 보면,
대부분 아자르선수도 잘못했지만, 볼보이도 잘못했다. 따라서 똑같이 나쁜 짓 했으니 쌤쌤 치고 넘어가자. 뭐 이런 거라고나 할까요?


첼시선수 입장에서 보면 볼보이의 행동에 약이 오를 수는 있죠. 그런데 볼보이의 행동은 따지고 보면 규칙 위반이라던가 그런 여지는 없죠. 아무래도 스완지팬일테니 조금은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이 있었겠지만, 영상을 보면 아자르가 방해 안했으면 많이 잡아야 2~3초 정도의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요?

하지만 볼보이를 걷어찬 아자르의 행동은 명백한 축구 규칙 위반이며, 법적으로 봐도 심하게 얘기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죠. 아자르가 경기 후 괜히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은건 아니겠죠.


이런 큰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 대해 나름 논리적으로 쉴드를 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양비론이겠죠.



작년 대선때도 이와 비슷한 양비론적인 의견을 얘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가끔 있었죠.

A후보도 잘못이 많다. 하지만 B후보도 찾아보니 잘못들 나오지 않았느냐. 따라서 A, B 둘 다 똑같이 나쁜넘들이다. 뭐 이런 식이랄까요?

이런 논법은 훨씬 큰 허물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퍼뜨리고 싶은 그런 논법이 되겠죠.




물론 양비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이고, 무조건 비열하다고 할 수 있는건 아니겠죠.

양비론이 꼭 필요한 상황도 있는 건 사실이니 말이죠.




하지만 진짜 물타기 용으로, 사회적 강자의 큰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훨씬 더 큰 허물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쉴드를 위한 목적으로... 등등등의 양비론적인 글은...

개인적으로 정말 짜증이 난다는... 저의 소소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