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중국 탓만 하느라 정작 우리 문제는 외면해왔던 환경부가 대통령의 엄중한 지시에 허겁지겁 내놓은 대책은 혼란스럽고 절망적이다. 경유차와 공장을 멈춰 세우고, 경유 가격을 올리자고 한다. 고등어구이를 포기시키는 것도 모자라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에 대한 새로운 규제도 시작할 모양이다. 실외와 실내의 공기질 관리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엉터리 정책에 애꿎은 고등어 경매 가격만 82%나 떨어져 버렸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명백한 입장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지난 4월에 국민들에게 배포한 자료는 전혀 다르다. 2012년 전국의 모든 자동차에 의해 배출된 미세먼지(PM10)는 총배출량의 6%인 14만 톤이었다. 그런데 도로에서 날아오른 비산(飛散) 미세먼지의 양은 그 8배가 넘는 115만 톤이나 됐다. 제조업체가 배출한 미세먼지도 78만 톤이었다. 경유차를 모두 포기해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미세먼지(PM2.5)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2014년에 발표한 자료도 환경부 주장과 크게 다르다. 1㎞ 주행 시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5㎎이었지만, 타이어 마모 등에 의한 비산먼지의 양은 무려 20배가 넘는 100㎎이라는 것이다. 도로에서 날아오르는 비산먼지의 양은 자동차가 사용하는 연료의 종류와 무관하다. 결국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스스로 내놓은 자료와도 맞지 않는 억지인 셈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배기가스저감장치(DF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노후 경유 차량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모든 경유차를 포기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노후 차량 문제는 배기가스 검사를 강화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유로-6 배출 기준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도 괜한 트집이다. 유로-6 기준은 실제 운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배제한 기준일 뿐이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더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된다고 유로-6 기준을 초과했다는 주장은 소가 웃을 정도로 황당한 것이다. 실제 운행조건을 고려한 기준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기준은 비용과 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유로-6는 환경에 대한 안전 기준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기술 수준을 고려한 기준이다.

경유차의 질소산화물(NOx)을 미세·초미세먼지로 분류하는 것도 황당하다. 질소산화물은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초미세먼지(PM2.5)의 10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분자성 물질이다. 경유차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유차가 반드시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일산화탄소·탄화수소 배출량은 오히려 휘발유차의 30배 이상 적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휘발유·LPG 차량보다 적다.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꿈의 자동차는 어디에도 없다.

유럽의 현실에 대한 정보도 크게 왜곡된 것이다. 런던에서 운영을 시작한 운행제한구역(LEZ)은 경유차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배기가스에 의한 도심 오염을 줄이기 위해 모든 노후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다. 런던이 경유 택시 운행을 완전히 중단시키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택시 연료 다변화를 위해 신규 택시에만 적용하는 제도를 오해한 것이다.

휘발유보다 2배 이상 많이 생산되는 경유 소비를 포기하자는 환경부의 주장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환경부가 선호하는 CNG 연료 공급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 더욱이 경유차의 대부분이 CNG나 휘발유 사용이 불가능한 트럭,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이다. 압축가스 연료의 폭발 위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환경부가 맹목적으로 경유차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환경부 출신 관피아의 폐해가 도를 넘어섰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세먼지 감축에 필요한 혁신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어휴 이놈의 정권이 하는 짓은 믿을수가 없어요